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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온연의 침묵은 목정침에게 긍정으로 여겨진 듯하다. 그의 눈 밑 노여움은 더욱 짙어졌고, 주먹을 쥐었다 풀더니 결국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얼마 있지 않아 차 한 대가 저택을 떠나는것을 확인하였고 온연은 침대를 등지고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는 얼굴을 파묻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외로움이 조금이라도 덜 해질 것 같았다. 유씨 아주머니는 3일이 지난 후 돌아오셨다. “연아, 어떻게 도련님은 설에 출장을 가셨다니? 너도 아무 말없고… 일은 조금 쉬엄쉬엄 했어도 돼잖아, 너 혼자 얼마나 썰렁했겠어……” 대꾸 없이 그저 쇼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임립이 보낸 설 축하 메시지였다. 그저 웃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고는 곧 사직서를 첨부하여 전송하였다. 핸드폰을 툭 내려놓고는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내일 해성에서 그림 전시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온연은 가고 싶었고, 이미 가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여행하고 싶었다. 유씨 아주머니께는 외출한다고만 말하였다. 그녀가 몇 일 만에 돌아올지도 모른 채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마음을 잘 추스리라 하고는 별 말이 없었다. 온연은 옷이 많지 않았다. 트렁크 속 짐은 옷 두벌이 다였고, 이렇게 떠나면 거의 전재산을 챙겨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에 올라탄 후에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이렇게 마음대로 집을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좋아하는 것을 쫓고 싶었다. 하물며 목정침도 그녀를 찾지 않을 테니까…… 해성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넘은 상태였다. 온연은 호텔을 예약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전시회에 관한 잡지를 꺼내 기본적으로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온연의 사직은 갑작스러웠으나,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인생은 짧다, 끝까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날이 밝아왔고, 온연은 하루 종일 전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림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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