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1장

순간 그녀의 몸이 얼어버렸다. "저 창고방에서 자는 것도 상관없어요!" 그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냉랭하기만 했던 그의 눈길에 미묘한 감정이 일렁거렸다. "위층에서 자라 그랬지, 내방에서 자라 그랬어? 유씨 아주머니한테 옆방 치워 놓으라고 이미 말해놨어."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한 그의 말에 온연은 조금 부끄러워졌다. 부엌에 밥을 다 차려 놓은 보모가 그들을 불렀다. "도련님, 아가씨, 식사하세요." 목정침이 보던 잡지를 덮고는 몸을 일으켰다. "밥 먹어." 그가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이게 얼마 만에 같이 먹는 밥인지도 그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고 가까이 있는 반찬을 집으며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긴장한 그녀와 달리 목정침은 여유로웠다.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아 부엌이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한쪽에 서있던 임집사가 한숨을 쉬더니 온연에게 반찬 몇 가지를 놓아주었다. "채소 말고 고기도 좀 드세요, 한창 잘 드셔야 하는 나이인데." "감사합니다."온연이 조용히 대답했다. 갑자기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배가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임집사가 주는데로 집어먹어서 그런 것 같았다. 식사가 끝나니 유씨 아주머니가 이미 방을 다 치워 놓은 상태였다. "연아, 내가 옮긴다고 옮겼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방에 한번 가봐. 아줌마가 빠트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온연은 찔린 듯 거실에 앉아있던 목정침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정침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온연이 조용히 창고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침대 밑 박스에 숨겨 놓았던 선물을 챙기고는 살금살금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방문을 열려는데 옆방의 문이 열리더니 목정침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그런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잽싸게 손에 쥐고 있던 선물을 몸 뒤로 숨겼다. "뭐야? 갖고 와."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명령했다. 그녀는 몇초간 머뭇거리다 이내 손을 내밀었다. 목정침은 선물상자 하나를 열어보더니 시니컬하게 말했다. "잠이나 자." 그가 선물을 돌려주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겐 돌려달라고 할 용기도 없었다. 선물을 받았을 때부터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예상했기 때문인걸까. 그녀는 방안으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그녀의 마음이 평온해졌다. 하지만 선물상자에 들어있는 심개의 쪽지가 피뜩 생각난 그녀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이제 죽었다…" 다른 부모들이 자식의 연애를 반대하듯 목정침도 그랬다. 그녀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친부모도 아니면서… 목정침은 선물상자를 그냥 버리려고 했다. 지난 10년간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는 선물상자들을 테이블에 던져 놓았을 뿐 버리지 않았다. 왠지 모를 찝찝함에 목정침은 미치 열어보지 않은 선물상자를 열어보았다. '계속 함께 하고 싶어' 안에 들어있던 쪽지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허… 여느 때와 달리 푹신한 침대에 누운 온연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창고방의 딱딱한 침대에 이미 익숙해진 그녀는 푹신한 침대가 오히려 불편했다. 게다가 겹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그가 언제 그녀를 혼낼지 걱정하며 이리저리 뒤척였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그때 핸드폰 띠-링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그 핸드폰은 목정침이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 목정침의 전화번호만 저장된 상태로. 못 들은척하려던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그의 어두운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마지못해 핸드폰을 확인했다. 역시 그가 보낸 문자였다. "방으로 와." 그녀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외투를 입고서는 그의 방문 앞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 그녀는 오랫동안 머뭇거렸다. 겨우 손을 내밀어 방문을 두드렸다.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늘 그렇듯 창가 옆 의자에 앉아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 한 개비가 끼어있었다.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건 지금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었다. 그래선지 그녀는 감히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로와." 그의 목소리가 방금 보다 더 차가워졌다. 문자로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지만 그가 말하는 걸 직접 들으니 두려움이 배로 전해졌다. 온연은 마지못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시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온연은 그만 그의 다리 위로 앉아버리고 말았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