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2장
그는 유명 디자이너라는 명예 호칭이 따라다니는 게 익숙했고, 제시카가 그를 쉽게 망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번엔, 제시카가 혼자 망하거나, 둘이 같이 망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겉 보기에 그는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생활은 그에게 하나도 영감을 주지 않는다는 걸 본인만 알고 있었다. 그는 반년 넘게 좋은 작품을 내지 못 했고, 그는 더욱 자신이 여자에게 기대어 사는 쓸모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제시카의 우려대로 그는 귀국해서 서양양을 찾고 싶었다. 이름처럼 따뜻한 햇빛 같은 여자였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그는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반년 동안 멈춰 있던 창작 영감이 다시 생겨났다.
그는 제시카를 없이도 여전히 탑급 디자이너인데다, 아직도 세상을 놀래 킬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 한 가지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의지한 게 제시카가 아닌 자신의 능력이라는 걸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저녁. 목정침이 묵은 호텔 벨소리가 울렸고, 그는 경호원을 시켜 문을 열었다. 그가 휴식을 취하기 전까지 경호원은 그의 곁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문 밖에 있던 사람은 호텔 프론트 직원이었고, 누군가 그에게 서류를 보냈다.
경호원은 그에게 물건을 건넸고, 보기에 서류 봉투는 특별한 게 없었지만, 내용물이 두꺼웠다. 그는 의심을 품고 열어보았다. 그를 의아하게 만든 건, 안에는 제시카가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의 은밀한 사진들이었고, 그 안엔 대담하고 노출이 심한 사진도 있었다. 간단하게 훑어봤는데, 안에 당천과 제시카의 사진이 없는 걸 보니 누가 보낸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이미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명예부터 무너 트리는 게 가장 좋았지만, 그의 자료는 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이 서류봉투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귀찮은 일을 덜어주었다.
그는 봉투를 잘 간수한 뒤 경호원에게 말했다. “당천 행방 좀 알아봐.”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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