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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장

잠시 후, 진함은 이어서 말했다. “연아, 너가 지금 잘 살아서 내가 옛날에 놓쳤던 것들을 메꿔주는 게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 미래가 어떨지 아직은 모르니까, 앞으로 우리가 다른 곳에서 살아도 꼭 지금처럼 잘 살아야 해.”   온연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전 그런 거 하나도 필요 없었어요. 늘 저한테 해주려고만 하셨잖아요. 그리고 어딜 가시든 제가 간섭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진함에 눈에는 슬픔이 보였다. “난 내가 이기적이라서 너를 포기했다고 생각할까 봐 그래. 지금도 널 떠나려 하잖아… 너가 이미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난 너가 그렇게 생각할까 봐 죄책감도 느끼고 망설여져…”   온연은 벌떡 일어났다. “아니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러니까 죄책감 느끼실 필요도 없고 예전에 저한테 부족했던 건 이미 채워졌으니 외롭지도 않아요. 별 일 없으신 거 같으니 그만 가 볼게요.”   진함은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배웅하고 싶었지만, 움직일 때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져 얼굴이 창백해졌다.   온연은 그녀를 부축하고 싶었지만 또 망설였다. “저 배웅 안 해주셔도 돼요. 잘 쉬세요.” 그리고 그녀는 도망치듯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왜 도망쳤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연약한 속내를 진함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녀는 진함이 다시 떠나지 않길 바란다고, 그 비워진 시간을 메꿔주면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진함은 강연연의 미래를 위해서 언젠간 멀리 떠나, 강균성이 출소 후에도 그들을 찾지 못 하게 만들었을 테다.   사람의 인생은 안 그래도 짧은데, 과거에 잘못한 20년이 넘는 시간은 메꾸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미래도 공허할 거 같은 이 느낌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차라리 진함이 떠나고 나서 다시는 안 돌아왔으면 했다. 왜 몇 년 후에 다시 만나서, 그녀에게 기대를 심어줬다가 다시 져버리는 걸까?   목가네로 돌아온 후, 그녀는 두꺼운 코트를 벗자 몸이 훨씬 홀가분해진 느낌이어서 소파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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