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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장

국청곡이 주방에서 나오자 예가네 집사를 마주쳤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감정을 숨기려 했고 오른손은 빨갛게 부어오른 왼쪽 팔목을 가렸다. “무슨 일이에요?”   집사는 형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어르신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집사가 정원으로 안내했다. 이 늦은 시간에도 어르신은 잠이 안 왔는지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 컨디션도 좋아지고 잠도 쉽게 오지 않았다.   “할아버님.” 그녀가 착한 목소리로 불렀다.   어르신은 그녀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정원에는 가로등만 켜져 있어서 빛이 밝지 않아 그녀가 부어오른 손목을 가리지 않아도 됐었다.   어르신은 어두운 하늘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 예가네에 시집온지 얼마 안돼서 궁금한 게 많을 거 같은데? 예가네는 원래 국가네보다 일이 많아.”   국청곡은 눈을 깔고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진몽요라고 아세요?”   어르신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난 또 다른 게 궁금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군작이 일이 신경 쓰여? 하긴, 젊은 사람이니까 감정이 깊겠네. 그 여자는 어떻게 알았어?”   그녀는 마음이 씁쓸했다. “군작씨 지갑에서 그 여자 사진을 봤어요. 군작씨가 절 안 사랑하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 여자는 곧 결혼하는데 왜 놓아주지 못 하는 걸까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그 사람은 술만 잔뜩 마시고 요 며칠 계속 저랬어요. 만약 진몽요씨가 저 사람한테 마음이 있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분이 좋아하는 사람은 정작 경가네 도련님 경소경이잖아요.”    어르신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허약한 손으로 의자를 꽉 잡고 있었다. ”청곡아, 군작이도 아직 어려. 젊은 때 좋아하는 사람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 이제 둘이 결혼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길 거야. 너무 신경쓰지 마, 할아버지는 늘 네 편이니까 부모님께는 알리지 말고…”   국청곡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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