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10월의 강성은 어느덧 기온이 점차 떨어지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다.
노은정은 지도를 켜고 예약한 호텔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안내데스크에 도착하자마자 강윤빈과 또 마주칠 줄이야.
한두 번은 우연이라고 해도 세 번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이 큰 도시에 호텔이 그렇게나 많은데 이것도 우연이라고 말하지 마!”
잔뜩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 강윤빈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우연은 운명이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거랬어. 어느 쪽이든 운이 필요하지. 아마 난 운이 좋았던 것 같아. 어쩜 우린 인연일지도?”
노은정은 미간을 마사지하며 정신을 차렸다.
“우리가 정말 인연이라면 이혼까지 갔을까? 새빨간 거짓말로 사람 속이지 마, 강윤빈.”
“우리의 인연이 이혼 후 다시 시작된 거일 수도 있잖아?”
당당하게 주장을 펼치는 강윤빈의 얼굴을 보고 노은정은 참다못해 비아냥거렸다.
“나한테 우리 인연은 이혼 도장 찍던 날 끝났어! 지금은 악연일 뿐이라고!”
강윤빈은 찬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연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나아. 만약 당신이 7년 전에 각종 우연을 만들어 나한테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난 당신을 결혼상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거고 우리의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지지도 못했을 거야. 당신은 예전에 노력으로 가졌던 인연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난 예전의 집요하고 포기를 모르던 당신을 본받아 우리의 인연을 계속 연장하고 싶어.”
노은정은 자신이 강윤빈을 4년이나 쫓아다닌 과거는 가히 인생 흑역사에 남길만하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당사자 앞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화도 나고 수치심에 참을 수 없었다.
“옛날 얘기밖에 할 얘기 없지?”
“아니. 난 앞으로도 각종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낼 거야.”
노은정은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그의 뻔뻔한 모습에 화가 나서 헛웃음만 나왔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야?”
강윤빈은 어두워진 눈동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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