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장

다음 날 우예린이 안방 문을 열었을 때, 거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이들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에 진동이 느껴져 확인하니 박시언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여보, 급한 회의가 있어서 먼저 회사에 나가봐야 해. 가는 길에 승윤이도 유치원에 데려다줄 테니까 식탁에 놓인 아침 꼭 챙겨 먹어.] 우예린은 그의 서투른 연극을 굳이 폭로할 생각이 없어 그저 ‘응’이라고 대충 답장을 보낸 후 곧바로 집을 나섰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기에 그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우예린은 택시를 타고 화장장에 가서 자신의 화장 일정을 예약했다. 직원은 컴퓨터로 관련 정보를 입력하며 물었다. “고인은 누구시죠?” 우예린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저요.” 직원은 타이핑을 멈추고 그녀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삼켰다. 이렇게 젊었는데... 설마 불치병이라도 걸린 걸까? 하지만 우예린은 그런 동정 어린 시선을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부탁드릴게요. 10월 22일 아엘캐슬 9동에 와서 제 시신을 가져가 주세요.” 직원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망 시간까지 정확히 알고 있다니... “그럼 화장 후 유골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유가족에게 연락드리면 될까요?” 우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추가 요금을 드릴 테니 제 유골은 바로 뿌려주시면 됩니다.” 이 세계를 떠나면 그녀의 영혼은 빠져나가고 육신만 이 세상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려 남편과 아이가 그녀의 제사조차 지내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비용을 결제한 뒤 우예린은 휴대폰을 손에 든 채 화장장을 나섰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그녀의 남편은 강지민을 품에 안은 채 달래고 있었고 그녀의 아들은 다정하게 손수건으로 강지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는데 세 사람은 영락없는 화목한 가족처럼 보였다. 물론 그녀가 입을 열지 않았다면 말이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우예린을 본 순간 부자는 순간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박시언은 다급히 품에 안은 강지민을 밀어냈고 박승윤은 아버지를 따라 자세를 바로 하며 강지민과 거리를 두었다. “당신, 회사에 나갔다고 그러지 않았어?” 그리고 고개를 숙여 옆에 있는 아들에게 물었다. “넌 유치원에 간 거 아니야?” 박시언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예린아, 오해하지 마.” “승윤이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길에 길가에서 울고 있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가족이 돌아갔는데 여자가 혼자 이런 일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내가 데리고 왔다가 위로해 주고 있었을 뿐이야.” 그 말에 박승윤도 우예린에게 다가와 옷자락을 잡으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엄마! 지민이 아줌마가 너무 불쌍해서 아빠가 도와준 것뿐이니까 엄마 화내지 마, 응?” 그러자 강지민은 눈물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우예린을 쳐다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모님, 모두 제 잘못이에요. 박 대표님과 승윤 도련님 시간을 빼앗아서 너무 죄송해요.” “가족을 잃고 너무 슬퍼하니까 두 분이 저 위로해 주신 것뿐이니 부디 화내지 말아 주세요.” 그녀의 말은 얼핏 듣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때, 직원 한 명이 유골함을 들고 강지민에게 다가왔다. “강지민 님, 반려견의 유골함입니다.” 우예린은 유골함을 한번 쓱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가족이야?” 강지민은 유골함을 안고 있는 손가락에 힘을 주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둘러대려는 순간 박시언이 그녀를 대신해 둘러대기 시작했다. “예린아. 강지민 씨와 10년을 함께 한 반려견이래. 그러니 가족과 다름없지.” 우예린은 그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골함을 묻고 나서 네 사람은 차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차가 반쯤 달렸을 무렵, 박시언은 마치 무언가를 떠올린 듯 우예린을 바라보았다. “여보, 근데 화장장에는 무슨 일이야?” 우예린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물어본다고? 그녀는 조수석에 앉은 강지민을 힐끗 바라본 후 차분하게 대답했다. “친구의 강아지가 죽었는데 친구가 너무 슬퍼해서 내가 대신 왔어.”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