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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도윤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그는 나미와 그녀의 친구들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연아를 피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그를 너무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윤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준이가 성남 상업지구에 있는 황제 노래방에서 놀자고 제안 했어. 너 이번에도 도망가면, 나 이제 너랑 친구 안 할거야!” 나미가 도윤에게 선수 쳤다. 털털한 성격의 나미는 생각이 그렇게 깊지 않았다. 그녀는 도윤이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걸 생각 못했고, 그래서 도윤이가 난감해 질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한적 없다. 물론, 이건 전부 과거의 얘기지만 말이다. 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미는 다시 한 번 재빨리 말했다. “가자, 응? 같이 가서 신나게 놀자고! 나도 네가 하준이땜에 망설인다는 걸 알아. 하지만 하준이 걱정은 하지마. 걔가 또 널 괴롭히려고 하면 내가 본때를 보여줄게!” 도윤은 나미의 말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계속 거절한다면 나미가 진짜로 화를 낼지도 모른다. 좋아, 그럼 그냥 같이 놀지 뭐. 나미는 황급히 도윤을 황제 노래방 입구로 끌고 갔다. 도윤은 노래방의 이름을 보고, 이곳이 그의 명의로 등록된 소유지 중 하나란 것을 알았다. 과거에는 엄두도 내본적 없는 도윤이지만, 이젠 드디여 친구들에게 한턱 쏠수도 있게 되었다. “어머! 이도윤씨도 여기 성남 상업 지구에 계셨네요? 여기 길은 아세요? 여기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 어디 있는지도 아세요? 혹시 모르신다면 제가 구경시켜 드릴 수 있는데.” 하준이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도윤에게 걸어왔다. “최하준, 입 다물어! 내가 방금전에도 경고했지?” 나미가 화가 난 얼굴로 하준을 째려 보았다. 하준이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알겠어. 난 그냥 잘해주려고 했던것 뿐이야. 어쨌든 성남 상업지구는 부자나 권력가들이 재미있게 놀려고 오는 곳이잖아. 도윤이가 관심있다 하니까 내가 구경시켜 주려고 그런거 아냐. 다~ 좋은 마음에서 비롯한거야." 이때 연아가 도윤을 째려봤다. 연아는 공공장소에서 도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창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얼른 말했다. “됐어, 일단 들어가자. 하준아, 네가 이미 프라이빗 룸 예약 했지?” “그럼, 내가 벌써 예약해 뒀지. 친한 형한테 예약 해달라고 도움 좀 요청 했어. 보통 이 시간이면 예약이 꽉 차거든. 날 따라와!” 하준이 사람들을 노래방 안으로 안내했다. 도윤이 노래방에 온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참 호화로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준이 예약한 프라이빗 룸은 정말 넓고 화려했다. 룸안에는 반짝이는 금색 아로와나 물고기가 있는 큰 어항도 있었다. 룸에 들어간 후, 여자들이 한 쪽 구석에 앉았고, 도윤은 다른 구석에 그의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앉았다. 이제 그들은 돌아가며 신나게 노래하기 시작했고 룸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자애들은 자기들끼리 계속 수다를 떨었고 연아는 길고 하얀 다리를 뽐내며 소파에 다리를 올려 놓았다. “이거 아로와나가 맞아?” 도윤은 호기심이 동해 어항을 계속 쳐다 보고 있었다. 도윤은 아로와나가 행복과 행운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말 인기가 많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아로와나 물고기들은 그가 전에 책에서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그래서 도윤은 태경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로와나이긴 한데 현지 아로와나와는 좀 다르게 생겼지. 왜냐하면 얘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했거든. 이 아로와나는 너무 비싼 품종이라 진짜 돈이 많은 사람들만 살 수 있어!” 하준이 본의 아니게 도윤과 태경이 아로와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 순간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세상에, 이도윤. 네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알아 보더니 이 진귀한 아로와나는 알아보지 못한 거야?” ‘에르메스’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연아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하준을 따라 다니던 금발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불행하게도 짝퉁 물고기는 없지! 있었다면 도윤이 분명히 알아 보고 그것도 샀을텐데!” “이 아로와나는 가정에 행복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아주 상서로운 물고기로 여겨지고 있지.” 이번에는 연아가 입을 열었다. “오, 김연아! 넌 정말 아는 게 많구나!” 하준이 바로 연아에게 엄지 손가락을 척 치켜들었다. “당연하지! 우리 연아는 이 자리에 있는 어떤 거지와는 달리 지적인 여신이거든.” 연아의 기숙사 친구들이 주저 없이 끼어 들었다. “이 프라이빗 룸은 너무 비싸지 않니? 그 형이랑 굉장히 친한 가봐?” 연아는 이순간 하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연아는 밤새 그를 더 잘 알게 되면서 이미 매우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만약 하준이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지 않고 조금만 더 성숙하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는 분명 그녀의 남자친구가 될 자격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맞아. 이 프라이빗 룸은 하루에 4백만원이야. 하준이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다는듯 이마를 찰싹 때렸다. “세상에, 네가 형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여기오면 전화 주기로 약속했던 걸 완전 잊어버렸을 거야.” 이 말을 마치고 하준은 전화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이때 도윤은 계속 구석에 앉아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나미 기숙사 친구들과 도윤의 기숙사 친구들이 함께 생일 파티를 할 계획이었는데, 나미의 친구들은 하준의 기숙사 애들에게 훨씬 더 흥미가 있는듯 했다. 사실 하준과 금발은 연아의 기숙사 여자애들과 더 어울려 노는 중이었다. 이 때, 누군가 갑자기 문이 열렸다. 검정색 수트와 반짝이는 가죽 구두를 신은 젊은 남자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피부가 매우 하얗고 키도 엄청 컸다. 첫인상은 몹시 귀티나는 귀공자 스타일이였다. “오, 기주 형 왔어요!” 하준이 그를 보자마자 일어나서 맞이했다. “최하준, 잘 지냈어? 이 프라이빗 룸은 마음에 들고?” “물론이지! 날 위해 예약해줘서 고마워요, 형!” 하준이 유쾌하게 말했다. 금발과 하준의 기숙사 친구들도 기주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하준아, 그만하고 네 친구들을 소개해 주는 건 어때?” 기주는 룸안에 있는 예쁜 여자들을 훑어 보았다. 특히 빼어나게 아름다운 연아에게 시선이 끌리는건 어쩔수 없었다. “맞아! 내가 깜빡했네. 얘들아 우리 형 소개해줄게. 이름은 유기주이고 형 집안은 식품과 음식 공급 사업을 하고 있어. 형은 성남 상업지구에 있는 그랜드 마쉘 레스토랑 주인이고 매년 100억씩 벌어. 오늘 밤에 이 프라이빗 룸을 예약할 수 있었던 것도 기주 형 덕분이야!” 하준이 자랑스럽게 그의 친한 형을 소개했다. 여자애들의 시선은 일제히 기주에게 쏠렸다. 그랜드 마쉘 레스토랑? 와우! 성남 상업 지구에서 레스토랑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엄청난 부자다. 돈을 억단위로 벌고 있는 그런 부자. 연아가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기주를 쳐다 보았다. “하하하, 여러분, 하준이 말은 듣지 마세요. 그냥 헛소리 하는 거에요. 우리 가족이 하고있는 장사는 그렇게 대단히 큰 사업이 아니에요. 제가 황제 노래방의 룸을 쉽게 예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 매니저가 아버지의 친한 친구분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룸 예약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한테 얘기해요!” 기주는 웃으며 겸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기주씨, 여자 친구 있어요?” 연아의 옆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기주에게 질문을 던졌고 프라이빗 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기주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연아를 쳐다 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미녀분들. 만나서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연아가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뒤로 하준은 기주에게 친구를 한 명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소개가 끝나고, 하준은 맨 나중에 구석에 앉아 있는 도윤을 가리켰다.“기주 형, 얘가 도윤이에요!” 기주는 악수를 청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다 도윤의 이름을 듣고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뭐? 이 사람이 상우에게 여자친구를 뺏기고, 상우와 수아가 숲에 있을 때 선물까지 가져다 준 그 이도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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