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육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심 있게 설명을 했다. “술집에서 저를 껴안으면서 책임지라고 하도 떼를 썼었는데 기억 안 나요? 제가 책임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었다니까요.” 그때 만취를 했었던 터라 기억이 없는 그녀는 육진우의 답을 듣고 나자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며칠 간 함께 지낸 이후로 육진우는 겸손하지도 거만하지도 허영심을 탐하지도 않는 임지연이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가 지연 씨를 마음에 들어하잖아요. 저도 임지연 씨한테 거부감이 안 들고요. 지연아, 우리 그냥 부부할까?”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오고 있자 임지연은 정신이 멍해졌다. 그냥 길 가다 주운 남자가 도성시 갑부라니! 임지연은 지금 어떠한 표정으로 육진우를 대해야 할지 어리둥절해졌다. 갑작스레 밀려든 정보들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지연아, 무슨 일이야? 안색이 왜 이래? 내가 없을 때 진우가 너 괴롭힌 거야?” 어르신은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건지는 몰라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임지연은 감정을 추스른 뒤 나지막이 답을 했다. “아니에요. 할머니, 돌아가서 받은 진단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의사 선생님이 뭐래요?” 어르신은 온화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건강하대! 의사분이 깜짝 놀라더라고!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된 거냐면서 말이야! 이게 다 우리 지연이 덕분이야!” 몸에 활기를 얻은 어르신의 말투에는 약간의 경쾌함이 서려 있었다. 어르신은 이내 육진우한테 시선을 돌렸다. “진우야, 우리 지연이 괴롭히지 마! 혹시라도 지연이 괴롭히면 널 손자로 인정하지도 않을 거야!” 육진우는 임진우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답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사이 좋아요.” 육진우의 말에 어르신은 한시름이 놓였다. “둘만 행복하면 됐어.” 이어진 연회에서 임지연은 육진우의 곁에 서서 아첨이란 단어를 톡톡히 느껴볼 수 있었다. 해성시에서 내놓으라 할 기업들은 전부 육신 그룹과 합작을 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육진우한테 칭찬을 금치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