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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임지연은 육진우의 차에 올라탔다. 그녀가 뭐라 얘기를 하려던 찰나 육진우가 먼저 말을 건넸다. “할머니가 건강이 편찮으신 이후로 항상 제가 결혼하기만을 고이 기다려 오셨어요. 지연 씨가 불편하시면 제가 지금 할머니한테 가서 상황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게요.” 임지연은 어르신의 자애로운 얼굴을 떠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불편할 게 뭐가 있겠어요! 어젯밤 제 입으로 동의를 한 건데 후회하지 않아요.” “그래요. 그럼 임씨 가문의 일들은 제가 돕도록 할게요.” 육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마치 혼인으로 모종의 거래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임지연은 괜찮다고 거절하려 했었으나 전에 정아 호텔에서 자신을 도와줬었던 서명훈을 생각하고 나니 서명훈하고 육진우의 사이가 좋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황인호가 서명훈한테 깍듯하게 대하는 걸로 보아 서명훈의 신분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할아버지를 잘 배치했으니 임씨네 집안 사람들을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다만 임건국은 이기적인 사람이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녀한테 매달릴 게 뻔하다. 그들한테 자꾸만 떠밀러 다니기보다 차라리 철저히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 임지연이 답했다. “네, 고마워요.” 두 사람은 해성시 중심에 있는 쇼핑몰로 향했고 그 안에는 고급 브랜드의 웨딩숍이 위치해 있었다. 육진우는 그녀를 데리고 웨딩숍에 들어섰다. 임지연은 웨딩드레스에 붙은 라벨을 보며 안색이 살짝 변해 갔다. 보통 드레스하고 다를 바가 없는데 억 단위에 달하다니... 임지연은 라벨을 내려놓고 육진우한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우리 다른 곳으로 가요. 여기 너무 비싸요.” 육진우는 임지연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터뜨렸다. “우리 집안 사모님이 이렇게 철이 든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 시집도 오기 전에 제 생각을 해주고요.” 임지연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노려보았다. “쉽게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의 몸조리를 한 뒤에 수술까지 하려면 꽤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그래요.” 육진우는 입꼬리를 올렸다. 임지연은 자신이 정말로 권력도 세력도 없는 모델로 여기나 보다. “전 돈이 많으니까 걱정 말고 마음껏 골라요.” 두 사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입구에서 애교 섞인 말투가 울려 퍼졌다. “전에 정아 호텔을 결혼식 장소로 정했던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변경한 거야?” “시월아, 형한테 들은 바로는 오늘 아침 누군가가 정아 호텔을 전체적으로 빌렸대. 마침 그날로 정한 거라 우린 어쩔 수 없이 옆 건물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할 거야. 어차피 두 호텔이 가깝게 위치돼 있어.” 임시월은 그 결과가 반갑지가 않았다. 두 호텔 사이가 가깝기는 해도 등급은 많이 달랐으니 말이다. 벌써 해성시 가장 호화로운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친구나 친척들한테 허풍을 떨고 다녔는데 이거 쪽팔려서 어쩌란 말인가! “형한테 잘 얘기해 보면 안 돼? 해성시에서 고씨네 가문이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문이잖아.” 자신의 체면이 우선인 임시월은 결혼식의 모든 것을 최고로 준비하고 싶었다. “물어봤었지. 그런데 형 말로는 거물급 인사가 결정한 거라 우리 가문마저도 참견할 방법이 없대. 시월아, 조금 아쉽기는 해도 결혼 장소나 날짜를 다 정한 마당에 변경할 수도 없어. 오늘 웨딩드레스는 네가 마음에 드는 걸로 사줄게.” 고상준은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 전에 고씨네 가문에서는 정아 호텔 한 층을 빌려 결혼식을 치르려고 했었다. 그 한 층만으로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그 인물은 건물 전체를 빌린 것이다. 실력이 막강한 상대를 고씨네 가문이 건드릴 수 없다는 걸 아는 임시월은 고상준의 위로에 얼굴빛이 비로소 누그러졌다. 허나 그녀는 여전히 입을 삐죽거렸다. “일단 알았어.” 두 사람의 대화는 공교롭게도 임지연의 귀로 들려왔다. 이런 우연이 또 있으려나... 임시월도 고개를 돌려 임지연하고 육진우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자신이 바라던 호텔을 놓쳐 분풀이할 데가 없었던 그녀는 임지연한테 살갑게 대할 리가 없었다. “어머, 언니, 웨딩드레스 보러 온 거야? 왜? 이 남자랑 결혼이라도 하게? 부끄럽지도 않아?” 임시월은 비꼬는 어조로 말을 건넸다. 미간을 약간 찌푸린 임지연은 육진우의 앞을 가로막으며 싸늘한 태도를 보였다. “내가 누구하고 같이 있던 네가 뭔 상관이야?” ‘피식’ 임시월은 하찮은 태도를 보였다. “여긴 고급 웨딩숍이야. 여기에 와서 뭐 하는 거야? 살 돈이 있기나 해?” 곧이어 그녀는 한 직원한테 손짓을 했다. “눈 똑바로 보고 다녀. 아무 촌놈이나 다 들여보내지 말란 말이야. 다른 손님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얼마나 급이 떨어지겠어.” 고상준이 누군지 아는 직원은 황급히 다가가 아부를 떨었다. “그렇네요. 저희가 생각이 짧았어요.” 말을 마치고 난 그 직원은 임지연 앞으로 걸어갔다. “아가씨, 여기 웨딩드레는 최저 가격이 억대예요. 아가씨도 방금 보셨잖아요. 진심으로 살 마음이 없는 거면 얼른 떠나주세요.” 수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두 사람과는 달리 임시월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이었다. 그러니 직원은 당연히 그 두 사람을 가난하다고 여긴 것이다. 임지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으나 아무 말 하지 않고 육진우의 손을 잡아당겨 떠나려 했다. 하지만 육진우는 그 자리에 떡하니 서서 꿈쩍하지 않았다. 고상준은 임지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지연아, 내가 말했지! 이 남자랑 엮이지 말라고. 왜 말을 안 들어?” 그는 임시월의 기분을 고려한 건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 “넌 시월의 언니야. 이 남자랑 결혼하고 나면 시월의 명상에 해가 된다고!” 임시월은 고개를 잔뜩 치켜올리고 매우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임지연을 발밑에 놓고 세게 밟고 있으니 상쾌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육진우한테 시선을 고정했다. “그거 모르죠? 아버지가 임지연하고 황인호의 혼사를 승낙했어요. 얘는 지금 그쪽을 이용하는 거라고요. 당신이 이용 가치가 없으면 얘는 당신을 뻥 차버릴 거예요. 게다가 얘 주머니에 돈이 없어요. 속지 말아요.” 육진우는 비웃음을 짓더니 임시월을 대놓고 빈정거렸다. “그래요? 제 일에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걸 보니 저한테 관심이 있나 봐요? 제 기억으로는 그때 저 따라 나와서 연락처를 달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안색이 삽시에 변한 임시월은 즉시 고개를 돌려 고상준의 표정을 살폈고 고상준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큰소리로 반박했다. “무슨 헛소리예요! 임지연을 위한답시고 날 모욕할 셈이에요! 이봐요! 당장 이 사람들 쫓아내요!” 직원은 임시월이 화가 났다는 걸 알고 그녀에게 아부를 떨기 위해 즉시 임지원한테 무례하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이봐요! 아가씨! 저희 고객님들한테 폐를 끼치고 있다는 게 안 보여요! 당장 떠나주세요!” 육진우는 그 직원한테 시선을 돌렸고 그 직원은 왠지 모르게 그 시선으로 인해 겁이 났으나 그들의 가난한 옷차림을 다시 확인하고 나자 허리를 곧게 펴고 있었다. “당장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경호원 부를 거에요.” 그녀는 여기에 일하면서 돈 없는 인간들을 수없이 봐왔었다. 돈도 없으면서 구경만 하다 떠나는 고객들 말이다. 곧이어 직원은 더욱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였다. “여기 웨딩드레스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일반인들이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들 옷차림으로 보아 뭐 부잣집 사람들 같지도 않네요! 이따가 드레스를 망가뜨려 배상금을 물지 말고 얼른 나가요!” “당신들 사장님 나오라고 해.” 육진우는 직원한테 싸늘하게 말을 건넸다. 얼굴에 화가 드리운 직원은 ‘억지를 부리는’ 그를 보며 말투가 격렬해졌다. “당신이 뭔데 우리 사장님을 나오라 마라야!”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건지 안에 있던 누군가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직원은 사장님이 나오는 걸 보자 즉시 태도를 전환했다. “사장님, 어떤 고객님이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니겠어요. 경호원들 불러서 쫓아내려던 참이었어요.” 웨딩숍 사장님은 서른 살 정도 되는 여자분이었고 단아한 화장에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었다. 사장은 직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육진우를 발견했다. 육신 그룹 대표! 육진우! 이 브랜드의 배후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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