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무슨 일이세요? 어머니.”
옷깃의 단추 몇 개를 풀어헤치던 민용수는 진영자의 표정이 엄숙하자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그리고 그는 진영자의 옆에 선 소은혜를 바라보았다.
소은혜는 입술을 깨물고 서있었는데 뭔가 말하기 힘든 일이 있는 것처럼 낮게 말했다.
“아저씨.”
그리고 민용수의 눈빛을 피해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고개를 숙였지만 소은혜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
소은혜는 며칠 동안 매일 아침 부대 아파트 밖을 한 바귀 돌며 박유나가 언제 손을 써서 소은비에게 복수하는 지 기다렸다. 마침 오늘 점심에 그녀는 진안 신문의 ‘분신물 센터’에 실린 광고를 보고 진영자 앞으로 가져와 언니가 전학 증명 서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분실물 선터에 실린 내용을 본 진영자는 안색이 대뜸 어두워진 채 가슴을 움켜쥐고 소파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역시 박유나 모녀가 수단이 있네. 소은비의 성적을 신문의 분실물 센터에 올리다니. 이젠 소은비는 망신 당했고 이 게시물을 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한자리 숫자밖에 되지않는 성적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거야.'
소은비는 학교는 커녕 진안시에도 있을 수 없게 되고 민씨네 가족들은 지금쯤 소은비를 고향으로 돌려보내 연락을 끊어버리려고 할 것이다.
특히 소은비가 민준혁의 맞선 상대였다는 사실을 단지에 알려 민씨 가문이 쪽팔리게 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이 단지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인데 평생 자존심을 지키며 민씨 가문의 명예와 체면을 무엇보다도 중히 여겼던 진영자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박유나 모녀가 단번에 민씨 가족의 약점을 잡았네.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소은혜는 소은비가 민씨네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고 미움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들겠다는 생각만 했다. 실은 소은비가 밖에서 일을 저질러 망신을 당하고 민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계속 폐를 끼쳐야 그들은 체면을 돌보지 않을 것이다.
“네가 직접 읽어봐.”
진영자는 턱으로 테이블에 놓인 진안 신문을 가리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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