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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박유나의 가정 배경과 지독한 성격으로 보아 소은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잘 됐어.’ 소은혜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박유나는 지금 소은혜를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 특히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보고 있으니 그녀는 당분간 소은혜를 손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소은비를 혼내줄 생각뿐이다. ‘백화점의 일도 소은비가 말했을 거야. 맞선을 망쳤고 단장님을 빼앗으려고 했으니 꼭 본때를 보여줘야 해!’ 얼굴에 독기가 잔뜩 피어오른 박유나는 바닥에 있는 소은혜를 매섭게 쏘아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에 소은비는 송씨 저택을 깨끗이 청소한 후 평소대로 어문 책을 꺼내 베란다에 가서 달빛을 빌려 책을 읽었다. 비록 지금의 수능은 후세처럼 치열하지는 않지만 갓 수능을 회복했을 때처럼 쉽지 않았고 오히려 갈수록 어려워졌다. 아저씨가 그녀에게 찾아준 학교는 진안시에서 5위 안에 드는 명문 고등학교였는데 장보러 나갔을 때 특별히 알아봤다. 이 상은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보통 직위가 있거나 혹은 지식이 있는 가문에서 왔기 때문에 일반 학교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는 편이다. 비록 교과서의 지식은 이미 다 배웠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아저씨에게 이 학교의 공부 진도를 따라가겠다고 약속했고 또 이것은 그녀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 때문에 소은비는 수능생의 열정으로 공부에 매진했으며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단어, 공식을 외웠고 시간이 나면 교과서도 베껴썼는데 전생에 컴퓨터, 스마트 폰이 보급되며 그녀는 많은 글씨를 읽을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쓰는지 잊어버렸다. 어문 시험에서 글짓기를 할 때 내용이 있어도 그 글씨를 쓰지 못한다면 큰 실수이기 때문에 이런 저급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그녀는 많이 적었다. 다행히 송씨 가문의 두 아들은 외지에서 일하고 있고 딸도 외지에 시집갔기 때문에 송의준은 병원의 부대 아파트를 신청했다. 그래서 소은비의 일은 한가한 편인데 두 노인이 밥을 할 줄 모르다 보니 가정부를 찾았다. “은비야, 시력에 영향 줄 수 있으니 방에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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