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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장

처음부터 끝까지 소은비는 예의 바르고 단정하게 행동했다. 똑같이 민준혁과 맞선을 본 사이인데도 소은비는 계속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었고 오히려 소은혜는 틈만 나면 전혀 거리낌이 없이 박 선생님 곁에 붙어 다녔다. 그동안 들었던 소은비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을 과연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지금 모습만 봐서는 소은비는 확실히 소은혜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민용수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도 역시 소은비가 매우 이해심 깊고 예의 바른 사람 같다고 느꼈고 민준혁이 말했던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민용수는 남영시에 있는 옛 부하들에게 물어봐서 혹시 민준혁이 소은비를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게 아닌지 한번 조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빠, 은혜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은혜를 위한 거야. 엄마 생신 때 보니까 은혜가 준혁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더라고.” 민지영은 민용수가 반드시 은혜를 갚는 성격인 걸 알면서도 민준혁의 일이 생각나자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 “이 과장님과 박 선생님께서는 비록 괜찮다고 하셨지만 마음속으론 여전히 불편해하실 거야. 은혜가 계속 민씨 집안에 있으면 준혁이의 혼사가 망가질 수도 있어.” 소은비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소은혜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이미 깨어난 게 분명했다. 그녀는 지금 송민철과 양명희에게 음식을 준비하러 가야 해서 여기서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소은비는 살짝 손을 움직여 테이블 위에 방금 따라 놓은 뜨거운 물을 소은혜의 손에 부었다. “으악...” 뜨거운 물이 손에 닿자 소은혜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린 채 갑자기 일어나 손을 힘껏흔들며 털었다. “은혜야, 깨어 있었구나? 왜 계속 기절한 척했어? 아저씨와 아줌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소은비는 놀란 척하며 일부러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자 민용수와 민지영이 소은혜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한 소은혜는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땅속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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