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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백지효의 경고는 안이서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 같았다. 어젯밤에 안재원과 소현정이 따라붙지 못한 것은 그녀가 무언 가를 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연준호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연준호가 따라붙지 못한다고 했으니 반드시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백지효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안지원이든 소현정이든, 그들은 돈을 가지지 못하면 결코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분명 온갖 방법을 다 쓸 것이다. “일을 당했을 때 먼저 진정해야 해.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 네 아빠가 전화해서 물어본 건 아직 확신할 수 없으니 널 시험하고 싶었던 거야. 만약 그들이 네가 갑부에게 시집간다고 확신했다면 진작에 네 앞에 찾아왔겠지.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널 찾아낼걸.” 백지효도 안재원과 소현정의 사람 됨됨이를 잘 알고 있었다.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난 확실히 갑부랑 결혼한 게 아니야. 준호 씨가 갑부라면 내가 여기서 뜨개질을 하고 있겠어? 집에서 뜨개질 해서 팔면 되지.” 안이서의 말에 백지효는 눈을 흘기는 것조차 귀찮았다. “그 정도밖에 안 돼? 남편이 갑부가 아니어서 가게를 차렸어? 맙소사, 네 남편이 갑부라면 뜨개질도 안 해도 돼, 알겠지?” 백지효는 화가 나서 한 대 때리고 싶었다. 저녁 식사 때 안이서의 카톡으로 또 문자가 왔는데 언니가 보낸 음성메시지였다. “이서야, 요즘 아빠와 현정 이모를 상대하지 마. 두 사람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종일 전화를 걸어 매제 일에 대해 알아보더라고. 매제 일이니 너무 많이 알아보긴 힘들다고 둘러대긴 했어.”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두 사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 두 사람이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 수 없어. 이서야, 너 요즘 외출할 때 스스로 조심해. 알겠지?” 언니가 보낸 음성을 들은 안이서는 아침에 가게에서 안재원이 전화를 해 갑부랑 결혼한 게 아니냐고 물었던 것이 떠올라 또 화가 치밀었다. “언니,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할 수 있어.” 안채아의 카톡에 답장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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