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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괜찮아, 누구나 다 형편없는 친척이 있어.” 연준호는 개의치 않아 했다. 그의 주변에도 겉보기엔 좋아 보이나 이미 속이 썩어버린 사람들이 많았고 안이서의 부모님 못지않게 나쁜 사람도 있었다. 다만 ‘나쁨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럼 우리 어떻게 해야 하죠? 우리가 사는 곳을 절대 알려서는 안 돼요.” 안이서는 두려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안이서는 소현정이 얼마나 성가신지 알고 있었다. “괜찮아. 손잡이 꽉 잡아.” 연준호는 기회를 노려 파란색 신호등이 마지막 3초가 남았을 때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순식간에 속도를 높이자 차는 ‘휙’ 하고 지나갔다. 뒤를 따라오던 택시는 차의 성능이 연준호보다 못한 데다 반 박자의 차이로 결국 놓쳐버렸다. “아이참! 왜 멈췄어? 빨리 따라가야지!” 기사가 차를 세우자 소현정은 급해서 소리를 질렀다. “따라가라고요? 제가 미쳤다고 빨간 등에서도 직진해요?” 기사는 불쾌해서 말했다. 이 여자는 차에 오르자부터 앞에 벤틀리 차를 따라가라고 하며 계속 소리 질렀다. 업계에서는 고급 차와 거리를 두라고 하는 말이 있었는데 매일 택시 차로 밥벌이를 하는 기사는 앞에 있는 벤틀리를 쫓아가는 내내 불안했다. 페인트를 조금이라도 긁으면 이번 달은 헛수고한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를 발견한 게 틀림없어.” 후회된 안재원은 궁시렁거렸다. “내가 그렇게 바짝 따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듣지 않더니 잘 됐어. 우리를 따돌렸을 뿐만 아니라 미행한 것도 발견돼 앞으로 주소를 알기는 더 어려워졌어.” “뒷북치지 마! 지금 나를 원망하는 거야? 그럼 아까는 왜 말하지 않았어?”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는 소현정은 안재원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소현정도 의문스러웠다. ‘안재원의 죽은 그 아내는 도대체 왜 이 등신 같은 남자와 결혼했을까? 혹시 전처는 화가 나서 죽은 게 아닐까?’ 연준호와 안이서를 놓친 안재원과 소현정은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종일 말다툼했던 두 사람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보니 캄캄한 게 아무도 없었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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