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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그동안 안재준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줄곧 소현정이 나섰기 때문에 안재원은 안채아와 안이서를 만나지 못했다. 이제 안채아와 안이서를 보자 안재원은 아첨하는 모습을 보이며 뻔뻔스럽게 다가왔다. “이서야, 아버지를 오랫만에 만났지?” ‘아버지라는 신분을 내세우다니. 참 뻔뻔해.’ 이런 아버지를 냉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안이서는 연준호가 아이를 데리고 차에 있기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가족의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감히 더 생각하지 못하고 안이서는 돈을 내고 보석 절차를 진행하러 갔다. 이 기회에 안재원은 안채아를 잡고 물었다. “네 매제는 어딨어?” “그는...” 안채아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소현정이 말을 가로챘다. “매제 얘기는 제쳐두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어? 언제면 나가서 돈을 벌 수 있어? 네 동생은 곧 결혼하는데 신혼집을 마련할 돈도 없어. 빨리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벌어야 해. 한 달에 이, 삼십만 원이라도 동생의 주유 값이 나올 수 있어.” 소현정의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안채아를 본 그들은 언제 나가서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버는지 묻는 외에 다른 말이 없었다. 안이서를 보호하기 위해 안채아는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부모님들은 그녀로부터 돈을 얻기가 제일 쉬웠다. “아빠, 새엄마, 정말 아들을 위해 생각한다면 일을 크게 벌이지 말고 더욱이 경찰서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주변에 당직 경찰이 없자 그제야 안채아는 입을 열었다. “이 사돈은 호락호락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재준이가 헤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에요. 이젠 일이 커져 버렸고 소문도 퍼졌으니 헤어지고 싶어도 헤어질 수 없어요.” 감히 그들을 혼내는 안채아를 보고 소현정은 욕하려 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만약 계속 미루며 집을 살 돈을 내주지 않으면 그 집 딸은 배가 불러 아무 요구가 없이 시집오거나 혹은 아이를 지워 헤어지면 이대로 끝인 것이다. 안채아도 자기 생각이 이기적이고 안재준의 여자친구에게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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