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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안이서의 가게가 한창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쿵쾅대는 소리가 워낙 커서 안채아는 동생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곤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갔다. 안이서의 가게는 겨우 7평 정도라 오늘까지만 일하면 내일 거의 마무리할 수 있다. 저녁에 기사님들이 다 퇴근한 후 안이서는 청소를 마치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 오늘은 자신의 기혼 사실을 잊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고 스쿠터를 타고서 용인 하우스에 도착했는데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소현정한테서 걸려온 전화라 그녀는 일단 집안을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 현관에 조명이 켜진 걸 보니 연준호가 아직 안 돌아온 듯싶었다. 그저 그녈 위해 거실의 불은 안 켜고 현관 조명만 남겨둔 모양이다. 참 자상한 남자였다. 안이서는 연준호가 집에 없는 것 같아 그제야 소현정의 전화를 받았다. “왜요?” 안이서는 계모 소현정을 엄마라고 부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소현정은 20여 년 동안 이들 자매에게 각박하게 굴었으니 두 자매한테서 엄마라는 호칭을 들을 자격이 없다. 게다가 안채아가 결혼한 그해 소현정이 파렴치하게 사위 될 사람을 찾아가 예물 값으로 6천만 원을 요구하지만 않았어도 언니 안채아는 시댁에서 이토록 무시를 당하며 오늘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서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제 분명 주경 호텔에서 밥 먹기로 했는데 왜 안 왔어? 오늘 채아한테 전화해보았더니 그 죽일 놈의 계집애가 글쎄 너 결혼했다면서 더는 귀찮게 굴지 말라는데, 너희 둘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소현정은 전화기 너머로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안이서는 휴대폰을 귀에서 멀리 떼어냈는데 고함이 거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질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우린 이미 이씨 가문에서 돈을 받았으니 감히 한 번만 더 바람맞히게 해 봐. 그땐 아주 아작을 낼 거야 내가!” 소현정이 내뱉는 파렴치한 말을 들으며 안이서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가볍게 가슴을 두드렸다. “이봐요, 당신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들을 지껄여요? 돈은 당신이 받았으니 이창준한테도 당신이 시집가면 되겠네!” 안이서는 결국 어린 나이라 끓어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한 채 두어 마디 내뱉다가 고함을 질렀다. 곧이어 전화를 끊고 소현정의 전화번호를 차단했다. 더는 그 여자의 욕설을 듣고 싶지 않았으니까. 커다란 거실에 불을 켜지 않아 창밖의 환한 달빛이 드리워졌고 그녀의 가녀린 몸매가 더 안쓰럽게 비쳤다. 연준호는 시간이 늦어져서 안이서가 돌아왔는지 한 번 나와보려다가 무심코 이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계단 입구에서 자신을 등진 채 쪼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안이서를 보더니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전에 안이서는 부모님이 정해주신 결혼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녀의 부모가 딸을 팔아서 예물 값이나 받아내려는 의도였다. 연준호는 이전에 이러러 한 사회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직접 눈앞에서 겪고 나니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몰랐다. 잠시 망설인 후 그는 끝내 아래층으로 내려와 거실 등을 켰다. 순간 거실이 환해지자 바닥에 움츠려서 울던 안이서가 벌떡 일어나 눈물을 닦으며 돌아섰는데 캐쥬얼한 옷차림의 연준호와 눈이 마주쳤다. “준호 씨 집에 있었네요?”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이제 막 퇴근해서 돌아온 줄 알았는데 줄곧 집에 있은 거라면 방금 통화 내용도 어느 정도 엿들은 게 분명했다. 안이서는 비참해 보일까 봐 이런 일을 입밖에 내뱉고 싶지가 않았다. 특히 아직 낯선 사이인 이 남자 앞에서 더더욱 보여주기 싫었다. 괜히 자신을 더 얕잡아볼까 봐... 한편 연준호는 아주 자연스럽게 머리를 끄덕였다. “오늘 휴식일이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 밥은 먹었고?” 그는 마치 울어서 빨개진 안이서의 눈을 못 본 척, 또 방금 그 통화 내용도 전혀 못 들은 척 곧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난감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었다. 연준호가 주방에 들어가자 안이서도 곧장 따라갔다.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제가...” 말하던 와중에 연준호가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오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냉장고가 어느새 각종 식자재로 꽉 차 있었다. “엥? 장 봐왔어요?” 안이서는 냉장고를 꽉 채운 식자재를 보더니 놀란 눈길로 연준호를 쳐다봤다. ‘이 남자 살림 좀 하네?’ 연준호가 그녀에게 답했다. “사람 시켜서 보내온 거야.” “배달시켰어요?” 안이서는 말하면서 식자재를 대충 몇 개 꺼내 면을 삶을 준비를 했다. ‘배달?’ 연준호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비서를 시켜서 음식을 사 온 건데 결국 이것까진 말하지 않았다. 안이서는 능수능란하게 채소를 다듬고 잘게 썰어서 팬에 기름까지 둘렀다. 딱 봐도 그녀는 요리 고수였다. 분명 어린 나이임에도 이토록 숙련되게 밥하는 걸 보니 어려서부터 이런 일들을 해온 게 뻔했다. 안이서는 곧장 육수를 만들고 면을 삶는 틈에 돌아서서 연준호에게 대뜸 질문을 건넸다. “준호 씨는 직업이 뭐예요? 오늘 우리 언니가 물었는데 아무 대답도 못 했거든요.” 그야말로 참된 질문이었다. 연준호는 둘 사이에 무조건 이 문제를 토론할 날이 올 거라고 일찌감치 짐작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성 그룹 대표이지만 아직은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걸 토로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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