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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안이서는 언니의 목소리가 다 쉬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챘다. ‘어젯밤에 같이 밥을 먹을 때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목이 다 쉬었지?’ 언니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안이서는 곧 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살피려 했다. 하지만 안이서가 문손잡이를 돌렸을 때 뜻밖에도 언니가 침실 문을 안에서 잠근 것을 발견했다. 안채아는 나인숙이 아이랑 노는 것을 가장 불안해하지만 지금 하율은 할머니와 거실에서 놀고 있다. 안채아가 침실에 누워있는 것도 이상한데 문을 안에서 잠그고 있는 것은 더욱 이상했다. “언니, 문 열어. 할 말이 있어.” 문 앞에서 안이서가 한마디 외쳤다. “좀 피곤한데, 무슨 일 있으면 문자로 말해.” 안채아가 건성으로 말하니 안이서는 의심이 더 짙어갔다. “언니, 문 안 열면 사돈 어르신한테 열쇠 가져오라고 할 거야.” 안이서는 말하며 거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는 나인숙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나인숙은 눈빛만 마주치더니 이내 맘에 켕기는 게 있는 듯 고개를 숙이고 손자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계속 쳐다봤다. 언니네 집 분위기는 순간 정적이 흘렀는데 안이서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언니에게 문을 열게 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때 안채아가 마침 문을 열었다. 침실 문을 열자마자 안이서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언니의 얼굴이 뜻밖에도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눈가, 입가, 그리고 이마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멍들어 있었다. “언니! 왜 그래?” 안이서는 깜짝 놀랐다. 안이서의 팔은 딱 봐도 매 맞은 자국이었다. 안이서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또 양민석이가 혁대로 언니를 때렸다는 것을 눈치챘다. 예전에는 양민석이 얼굴을 때리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안채아의 얼굴에 상처가 나면 남들이 뒤에서 그들을 뭐라 할 것이니 말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독기를 품었길래 이마까지 찢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언니, 왜? 형부가 왜 이렇게 한 거야?” 안이서는 열 받아 죽을 것 같았다. ‘양민석,정말 너무해!’ 거실에 있던 나인숙은 이 말을 듣자마자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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