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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나인숙이 소현정과 안재원을 말하자 안채아는 가슴이 철렁하며 겁이 났다. 밑 빠진 항아리처럼 계속 돈을 요구하는 그녀의 부모님을 보면 나인숙이 입방정을 떨지만 근거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매부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안이서와 연준호는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결혼했다. ‘만약 매부가 안씨 가문의 일을 알게 된다면, 특히 배다른 엄마가 낳은 동생인 안재준이 큰 사고를 친 것을 알았다면...’ 매부네 가족에서 안이서의 친정 식구들을 중히 여겨 기분이 좋았던 안채아는 나인숙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괴로워졌고 더 깊이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안채아가 자기의 말 때문에 걱정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인숙은 흡족해하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자기네처럼 재수 없이 안 씨네 딸과 결혼한 ‘동병상련’의 사돈이 궁금해졌다. 연준호가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며 안채아는 매부가 거의 왔을 때 아래층에 내려가려고 했지만 연준호는 미리 기별도 없이 직접 집까지 찾아왔다. 안채아가 아이를 돌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인숙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훤칠하고 늠름한 남자가 보였는데 얼굴이 반반하고 기품이 넘치는 모습은 마치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현실로 다가온 것 같아 나인숙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서 씨의 남편입니다. 같이 식사하려고 모시러 왔습니다.” 대범하고 예의 바른 모습은 한눈에 봐도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준호는 과일, 떡, 분유와 아이에게 줄 장난감도 사 왔다. 비록 급하게 준비했지만 연준호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매부 왔어요? 아가야, 이모부라고 불러.” 안채아가 아이를 안고 나왔다. 자기 집에 밥 먹으러 온 것도 아닌데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오는 연준호를 보며 나인숙은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 말할 줄 잘 모르는 아기가 입을 열지 않자 나인숙은 급히 연준호 손에 들린 물건을 받으며 반갑게 말했다. “들어와 물 한 잔 마시고 가요.” 아첨하는 시어머니를 보며 안채아는 눈이 휘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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