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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8월 말, 변경 지대 깊은 산 속, 이름이 쓰이지 않은 비석 앞에 치파오를 입은 어린 소녀와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유지아, 이씨 가문 친딸이었지만 17년 B 시 병원에서 이씨 가문이 잘 못 안아갔다. 일주일 전에 그녀를 찾았고 오늘 집으로 데려오려고 했다. "이제 산에서 내려가자, 이씨 가문 사람들이 올 시간이야. 그 집에 가면 넌 이씨 가문 친딸이니까 전에 일들은 모두 잊으렴..." 비석을 보고 있던 유미자는 시선을 소녀한테로 돌렸다. "네, 외할머니, 먼저 내려가세요, 전 조금 더 있고 싶어요." 유지아는 입술을 벙긋거렸다. 유미자는 비석을 힐끗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늦지 않게 내려와." 그러고는 떠나버렸다. 혼자 남은 유지아는 비석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갑자기 숲속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지아는 바로 머리를 들어 보았다. 숲속에서 뭔가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녀 쪽으로 오고 있었다. 유지아는 경계하며 몸을 돌렸다. 가느다랗고 휘어진 속 눈썹은 햇빛 아래에서 그림자가 생겼고 그녀의 눈을 가렸는데 그녀를 아주 암울해 보이게 했다. 짙은 색의 위장복을 입은 커다란 남자가 숲속에서 뛰쳐나왔는데 몸에서는 피비린내가 났다. 남자는 얼굴에 수채를 칠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유지아는 바로 그의 오른쪽 팔에 국기가 그려져 있는 걸 보았고 그 남자 뒤에 있는 숲속에는 또 부스럭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위험해, 빨리 가!" 남자는 이 깊은 산에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기에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소리는 거의 그의 모든 힘을 소비했고 그는 뛰던 중 비틀거리며 유지아 앞에 넘어졌는데 그는 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고 쓰러진 곳에는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유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피비린내로 유지아는 이 남자가 지금 과다 출혈로 쓰러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이었다... 이때, 부스럭거리던 숲속에서 옅은 색 위장복을 입은 남자 둘이 나타났다. "여기 여자가 있네!" 앞에 있던 곱슬머리를 한 남자가 영어로 말했다. "같이 데려가면 되겠네." 뒤에 있던 짧은 머리에 두꺼운 입술을 가진 남자가 유지아를 보며 말했다. 너무 오래 여자를 만나지 못한 탓인지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보니 그는 눈빛이 아주 야하게 변했다. 유지아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변경 지대에서 11년이나 살았고 이 지역이 위험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긴장하긴 해도, 마음속으로는 외할머니가 먼저 산에서 내려가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지아는 예쁜 눈으로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를 보고는 아주 표준적인 미국식 발음 영어로 약한 척하며 말했다. "절 해치지 말아주세요, 전 그냥 일반인이에요..." 그는 두꺼운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영어 잘하네. 이제 우리랑 같이 놀자, 이 오빠가 너한테 맛있는 거랑 재밌는 거 구경 시켜줄게." 검은색 총구를 본 유지아의 촘촘한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약하게 말했다. "좋아요, 절 죽이지만 않는다면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지금 바로 짐 챙겨서 같이 갈게요." 여자의 연약함에 남자들은 괴롭히고 싶은 생각이 끌어올라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라는 대로 다 한다고 했으니 먼저 너부터 해결해 줄게!" 그 말을 들은 곱슬머리 남자도 비열하게 웃었다. 짧은 머리 남자는 웃으며 무기를 던지고 유지아의 가느다란 오른팔을 잡고 힘껏 당겨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남자의 가슴에 닿으려는 순간, 유지아는 재빨리 왼손으로 치파오 변을 스쳤는데 섬섬옥수를 돌리니 손가락에 은침이 생겼고 바로 그 은침으로 짧은 머리 남자의 인중혈을 찔렀다. "악..." 짧은 머리 남자는 몸이 굳은 채로 머리를 숙였는데 차가운 눈빛을 보게 되었다. 그 눈빛에는 조금 전의 무서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곱슬머리 남자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욕을 하고는 총을 들었다. 하지만 짧은 머리 남자가 다칠까 봐 검은색 총구를 유지아한테로 겨눴다. 유지아는 쓰러진 짧은 머리 남자를 밀고는 민첩하게 굴러서 비석 앞으로 가서 바구니에서 하얀 분말 가루를 한 웅큼 쥐어 곱슬머리 남자한테 뿌렸다. 그와 동시에 곱슬머리 남자도 방아쉬를 당겼지만 유지아보다 한발 늦었다. 하얀색 가루가 날리더니 분말이 코로 들어가자 그는 눈앞에 까맣게 변하고 감각이 떨어지더니 눈동자가 하얘지면서 바로 쓰러져버렸다. 이건 유지아가 야수를 예방하려고 만들어 온 환각제였고 해독제는 없었다. 그리고 1시간 안으로 깨어나지도 못했다. 유지아는 바닥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여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치파오를 내려다보았는데 더렵혀졌을 뿐만 아니라 돌에 긁혀 찢어졌다. 순간 예쁜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음이 아플 틈도 없이 그녀는 얼른 쓰러진 남자의 상처를 보았다. 오른쪽 어깨에 총을 맞았고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유지아는 번거로운 위장복을 풀어 헤치고 치파오의 결을 따라 반대로 들어보니 그 안에는 약하고 길이가 서로 다른 은침들이 가득했다. 침을 꺼내 혈을 찾고 두세 침을 놓으니 피가 멈췄다. 그러고는 "찍"하는 소리와 함께 유지아는 치파오의 끝을 찢어 남자의 상처를 가볍게 묶어주었다. 환경이 환경이다 보니 탄알을 꺼낼 수는 없었다. 진연훈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는데 오른쪽 어깨에 아픈 느낌이 사라졌다. 누군가 두 손으로 자기 가슴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에 진연훈은 위기감이 들어 눈을 번쩍 떴다. 유지아가 겨우 상처를 다 묶었는데 갑자기 큰 손에 오른쪽 손목을 잡혔다. "긴장하지 마세요, 상처 처리해 주는 거예요." 유지아는 해명해 주었다. 진연훈은 그제야 유지아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 말했다. "너 설마... 진연우?" 그 이름을 들은 유지아의 차갑던 눈빛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수채를 칠한 남자의 얼굴이 반사되었고 그녀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는 일어서 그와 멀어졌다. '이 이름, 진씨 가문 사람들만 알고 있어!' '이 남자 혹시 진씨 가문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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