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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죄송합니다, 차윤서 씨. 저희가 잘못 확인했어요. 윤서 씨 남자친구분 심장은 부영 그룹 대표님께 이식한 게 아니라 다른 분이셨어요. 그분은 현재 해성에 있어요.” 전화기 너머로 의료진의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윤서는 한참 침묵한 후에야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순간 문이 벌컥 열리고 박도하가 착잡한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그녀를 덥석 잡고 나갔다. “일어나! 어디 다녀올 데 있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에게 끌려서 차에 올라탔고 곧이어 차가 미친 듯이 도로를 질주했다. 연달아 빨강 신호등을 뚫고 나가며 귓가에 바람 소리와 엔진 소리만 윙윙 울려댔다. 박도하는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며 초조한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이에 차윤서는 잠시 넋 놓고 있다가 이 남자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함께 보내온 추억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그해 차윤서는 박도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울고불고 매달리며 겨우 이 남자와 결혼에 골인했지만 웨딩사진을 촬영하든, 결혼반지를 끼워주든, 심지어 신혼 첫날밤까지 무뚝뚝한 남편을 상대해야만 했다. 모든 게 대수롭지 않은 그의 태도, 이 남자는 난생처음 극도의 공허함에 빠졌다. 한편 그를 이토록 공허하게 만든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몇 분 뒤, 마침내 차가 멈춰 섰고 차윤서도 안에서 내렸다. 그제야 병원인 걸 알아챈 그녀는 박도하에게 물은 후 일의 자초지종을 알았다. 실은 그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송이나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수혈이 시급한데 마침 차윤서가 그녀와 같은 혈액형이었다. 간호사는 차윤서를 보자마자 착잡한 얼굴로 수혈실에 끌고 가려고 했지만 별안간 차윤서가 걸음을 멈추고 박도하를 뒤돌아보았다. “도하 씨, 나 수혈해줄 순 있는데 그전에 뭐 하나 물어봐도 돼?” 그녀는 송이나에 관한 질문을 할 게 뻔했다. 박도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나랑 이나 관계는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 다만 차윤서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거 말고.” 지금 그녀가 궁금한 건 이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박도하를 사랑한 것도 아니니까. 차윤서는 이번 생에 오직 한 사람만 사랑했는데 그 사람은 정작 연쇄 추돌사고에서 그녀를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가 죽은 후 유서대로 심장을 기증했고 차윤서는 사랑하는 이의 심장 소리를 더 들으려고 갖은 수소문 끝에 박도하를 찾아왔다. 부영 그룹 대표 박도하가 바로 그녀의 애인 우하준의 심장을 기증받았으니까. 이로써 차윤서는 미친 듯이 박도하에게 대시했다. 그녀가 얼마만큼 비참하게 박도하를 사랑했는지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고 그 바람에 찌질녀라는 별명까지 붙여졌지만 남자의 마음은 좀처럼 동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 박도하에겐 소꿉친구로 지내오던 첫사랑이 있는데 외모와 집안 조건 모두 어울리니 다들 두 사람을 선남선녀 커플이라고 부추겼다. 박도하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용기 내서 고백했지만 가차 없이 거절을 당했다. “우린 평생 친구로 지내.” 그 뒤로 송이나는 해외에 나갔고 수많은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럼에도 박도하는 꿋꿋이 그녀를 기다리며 차윤서를 포함한 모든 여자를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송이나는 인스타그램에 남자친구와 키스하는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이를 본 박도하는 홧김에 차윤서의 고백을 받아들이고 그녀와 결혼까지 골인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4년 전 도하 씨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잖아. 그 기증자 이름이 뭐였어?” 박도하는 뜬금없는 질문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일단 송이나가 걱정되어 곧이곧대로 대답했다. “성이 주 씨라는 것밖에 기억이 안 나.” 아니나 다를까 우하준과는 완전 다른 성씨였다. ‘내가 잘못 짚었네!’ “알았어. 고마워.” 차윤서는 고개를 끄덕인 후 더 묻지 않고 간호사와 함께 수혈실로 들어갔다. 한편 박도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들었다. 그녀가 수혈실에 발을 들이기 일보 직전, 박도하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건 왜 묻는데?” 차윤서는 매우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확인해보려고.” ‘네 손을 놓아줄지 말지 확인해보려고...’ 수혈은 시작됐고 차윤서는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이혼합의서 한 부 작성해주세요. 이혼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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