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화장실 문을 열자 안이 텅 비었다.
박현우는 미간을 깊게 찡그렸다.
이다빈의 방에서 분명 낯선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이었을까?
“갑자기 가고 싶지 않아졌어. 쉬어.”
박현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바꿨다.
“아, 나갈 때 문 닫아 주세요.”
이다빈도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래.”
이다빈은 박현우가 떠나자마자 화장실을 들여다봤다.
사람은?
화장실의 창문은 꽉 막힌 것이라 공기가 통하는 곳만 있을 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용재혁이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아슬아슬했어. 내가 빨리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딱 걸렸을 거야.”
“그나마 다행이네. 다시는 이렇게 무모하게 굴지 마”
이다빈은 한마디 불평 후 용재혁을 내쫓았다.
“됐어, 지체하지 말고 빨리 떠나. 그리고 일이 없으면 내 방에 올라오지 마!”
“알았어.”
용재혁은 의기소침하게 떠났다.
...
이튿날 아침 일찍, 이다빈은 나효심으로부터 식사하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지하성이 부랴부랴 박씨 집에 도착했다.
“박 대표님, 어젯밤에 그 사람이 우려낸 차가 제가 우려낸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하셨죠?”
박현우는 냉장고에서 남은 찻물 주전자를 꺼내며 말했다.
“밤이 지나니 풍미가 좀 사라지긴 했지만 지 대가의 능력으로 얼마든지 이 맛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하성은 차를 한 잔 따랐다. 눈에서는 빛이 반짝였다.
“너무 좋은 차예요! 너무 훌륭해요! 하루가 지나면 찻잎의 맛이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이 찻물은 여전히 맛있어요. 중요한 것은 향이 풍부하고 차가운 차의 장점마저 살렸어요!”
“박 대표님, 차를 우려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만나게 해줄 수 있을까요?”
“방금 외출했어요. 돌아오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지하성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오늘 안 가겠어요.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지하성은 나이가 예순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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