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장

앞장서 있던 사람이 다가오더니 이다빈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 “이 교수님, 타세요.” “왜 이렇게 많이 오셨어요?” 이다빈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사람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손에 중장비와 무기들도 있었다. “이 교수님은 대현의 국보급 인물입니다. 머리카락 한 올도 다쳐서는 안 되지요. 교수님이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보다 10배가 넘는 사람이 왔을 것입니다.” 앞장서 있는 사람은 장호웅이었다. 어깨에 멘 황금색 견장은 테두리가 파란색으로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자세가 꼿꼿하고 위풍이 당당했다. “그렇게 오버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연구소 한 번 가는 것뿐이에요. 다 큰 어른을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그래요? 게다가 위험에 처한다고 해도 제 적수가 몇 명이나 되겠어요.” 이다빈은 무심코 대답했다. “절대 오버하는 거 아닙니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단 성공한다면 인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할 거고요. 교수님의 정체와 신변 안전은 나라의 절대적인 기밀입니다!” 장호웅은 이다빈을 우러러보며 격앙된 말투로 호기롭게 말했다. 이다빈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참, 용재혁은 왜 안 보이나요?” “용 대가는 국제무술대회에 참가하러 외국에 갔습니다. 당분간 교수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가시죠.” 이다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이씨 가문 집사는 인기척을 듣고 대문 앞으로 갔다. 밀리터리 룩을 입은 사람이 이다빈과 함께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큰일 났어요! 사모님! 큰일 났어요! 아가씨가 경찰들에게 끌려갔어요!” “무슨 일이야?” 나효심은 가슴이 철렁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방금 차에서 경찰들이 많이 내려서 아가씨를 겹겹이 포위하며 차에 태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효심은 급히 별장을 뛰어나갔다. 이은영과 강진성도 재빨리 따라 나갔다.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 헬기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갔다. 나효심은 지프차가 달려가는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나효심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언니가 혹시 범죄라도 저지른 거 아니야?” 이은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범죄를 저질렀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잡으러 오는데?” 강진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살인? 게다가 한 명 이상 죽였을까? 아니면 더 제정신이 아닌 일을 저질렀을까?! 일시적으로 결론을 낼 수 없었다. … 이틀 뒤. 서주의 최고 실험실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너무 잘 됐어요. 우리는 이 실험을 꼬박 1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고요!” “모든 것은 이 교수님 덕분입니다. 교수님의 지도하에 나노신소재를 이렇게 빨리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맞아요! 이 교수님 덕분입니다. 나노신소재가 일단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면 반드시 우리나라 다양한 산업 분야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촉진할 겁니다. 그야말로 우리 대현의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이번 실험의 성공은 전 세계가 놀랄 것입니다!” 학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이 든 노교수들은 어린아이처럼 환호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반면 이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이다빈은 평소와 다름없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중 한 노교수가 이다빈 곁으로 다가왔다. “이 교수님, 방금 국가연구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기자회견이 언제 편하신지 여쭤봅니다.” “편한 대로 하세요. 저는 언제든 다 괜찮습니다.” 이다빈은 덤덤하게 대답했지만 노교수는 쉽게 결정할 수 없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럼 제가 알아서 해도 될까요?” “네.” 이다빈은 계속 무표정으로 한 단어만 내뱉었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진 후에야 노교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나라에서도 아주 관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제연합연구단체에서도 저희 상황을 묻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교수님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다빈은 늘 정체를 숨겨왔기에 사람들 앞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노교수는 이 부분이 우려스러웠다. 이다빈은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너무 잘 됐어!’ 노교수는 속으로 외쳤다. 혹시라도 이다빈이 거절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때 가서 윗선에서 사람을 꼭 데리고 오라고 강요하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이만 가보세요.” 이다빈은 손을 내저은 후 계속 차를 마셨다. 윙윙. 휴대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에 ‘박씨 할아버지’가 표시된 것을 보고 이다빈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감격에 찬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집애야, 강씨 집안 그 녀석과 파혼했다며? 축하해! 하하.” 이 말을 들은 이다빈은 곧 짐작한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급하게 말을 꺼내지 않고 어르신이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계집애야! 결혼할 상대가 없으면 우리 손자를 한 번 만나보기로 약속했잖아. 이제 싱글이니까 그 약속을 지켜야지.” 이다빈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말했다. “네, 저는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손자가 괜찮다고 할까요? 손주분은 서주에서 으뜸가는 금수저입니다. 주위에 많은 여자들이 있을 거고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을 보기나 할까요?” “싫어도 해야지. 참, 너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 연구소 근처에 있는 슈퍼로 가라고 했어. 곧 도착할 거야. 연락처를 손주 녀석에게 주었으니 도착하면 너에게 전화할 거야.” 띵. 이다빈에게 문자 한 통이 날라왔다. 문자에는 두 글자밖에 없었다. [도착.] 전화기 너머 박호국도 메시지 소리를 돋고 다급히 말했다. “내 손자놈이 보냈을 거야. 빨리 가서 만나봐.” “네. 알겠습니다.” 이다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그러고는 기뻐하는 노교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연구소를 떠났다. 나가자마자 검은색 마이바흐 차량이 눈에 확 띄었다. “이 차... 눈에 익는데...” 3년 전, 이다빈은 해외 재벌 집 거물의 부친의 병을 치료해준 적이 있다. 그때 재벌 집 거물은 감사의 표시로 전 세계에 열 대도 안 되는 한정판 마이바흐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이 차량은 돈이 있어도 쉽게 살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하지만 운전을 싫어하던 이다빈은 때마침 생일이었던 박호국에게 이 차량을 선물했다. 이다빈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운전석의 창문이 내려가더니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안녕하세요. 이다빈 씨죠?” “네.” 이다빈은 고개를 끄덕인 후 상대방을 한 번 훑어보았다. 꽃무늬 셔츠를 입고 옷깃을 크게 풀어헤친 남자는 목에는 기괴한 모양의 목걸이를 걸치고 있어 매우 볼썽사나워 보였다. ‘이 사람이 박씨 할아버지의 손자인가? 예상과 너무 다른데?’ “와!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남자는 이다빈에게 찬사를 보낸 뒤 뒷좌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박 도련님, 여자 복이 꽤 많은 것 같아? 할아버지의 안목이 너무 좋은 것 같네.” 이 말을 듣고서야 이다빈은 사람을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차 문을 당기려고 할 때 뒷좌석에서 중저음의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여자가 어떻게 생겼든 나와 상관없어.” 이다빈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 문을 완전히 열어젖히고 차에 앉았다. 그제야 박씨 할아버지 손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의 잘생긴 외모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넘은 이다빈은 나이는 많지 않지만 가본 나라는 셀 수 없이 많았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잘생긴 사람은 많이 봤지만 그녀의 눈을 깜짝 놀라게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다빈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남자의 말처럼 그녀와 상관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옆에 있는 이 남자는 계속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만나는 것 같다. “이다빈 씨, 제 소개를 잊었네요. 저는 박 도련님의 소꿉친구입니다. 성도섭이라고 해요.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말 놓아도 되죠?” 앞 좌석에서 차를 운전하던 성도섭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다빈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실례지만 하나만 물어볼게. 스무 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맞아?” “네.” “곧 수능이지? 이번에는 대학에 합격할 자신이 있어? 없으면 내가 인맥을 통해 알아봐 줄 수 있어. 우리 외할아버지가 서주대학교의 교수라...” 성도섭은 한참 얘기했지만 이다빈은 대부분 ‘네’로만 대답했다. 이런 부분은 박 도련님과 성격이 비슷했다.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성도섭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이다빈이 입을 열었다. “이 차가 원래는 박씨 할아버지의 차죠?” “응, 맞아. 어떻게 알았어?” 성도섭이 궁금해서 묻자 이다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말고요. 제가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린 거 거든요.” 일에 열중하던 박현우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옆에 앉아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