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장

“다빈아?”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며 이다빈의 생각을 흐트러뜨렸다. 머리를 돌리는 순간, 그녀의 동공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엄마?” 눈앞의 여자는 나효심이 아닌 시골에서 그녀를 키웠던 양모 안혜은이다. 함께 온 사람은 모두 세 명인데 하나는 양부 이명훈, 그리고 동생인 이은호다. “아빠, 은호야. 다들 여긴 어떻게 왔어?” “5년이야, 다빈아. 많이 컸네. 이젠 아가씨가 다 됐어.” 안혜은은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손을 내밀어 이다빈을 품에 끌어안았다. “연락도 안 하고 보러도 안 와서 너무 미안해. 네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우리 출신이 너와 은영이에게 누가 될까 봐...” 안혜은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심지어 이명훈도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아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이은호 역시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워낙 너랑 은영이 스무 살 되는 생일에 오려고 했어. 마침 그날 은영이 약혼식이라고 그러더라고. 근데 네 아빠가 우리가 나타나면 너희 체면 깎인다고 그러길래 오늘에야 왔어...” “됐어, 엄마. 그만 울어. 더 울면 눈 다 부어.” 이다빈은 손수건을 꺼내 안혜은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게. 모처럼 만났는데 울긴 왜 울어.” 이명훈은 한숨을 쉬더니 이다빈에게 말했다. “보다시피 우리가 옷차림이 이래서 안으로 들어가기는 조금 창피하니까 네가 들어가서 은영이 좀 불러줘. 우리가 너희 둘 생일 선물 준비했어.” “응.” 말을 끝낸 이다빈은 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세 사람은 왠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집에 들어가는 데 왜 초인종을 누르는 걸까? “누구세요?” 이때 밖으로 나온 집사가 이다빈을 보더니 시큰둥한 태도로 말했다. “난 또 누군 줄. 평소 같으면 문 안 열어줬겠지만 사모님이 특별히 말씀하셨으니 잠시 열어줄게요. 하지만 짐은 알아서 빼세요. 빨리 빼고 빨리 가요.” 뒤에 있던 세 사람은 또 한 번 어리둥절해졌다. 이은호가 다급히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