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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네… 네, 여기요.” 박서명은 이다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과연 고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도구가 필요해.” “제 방에 있어요. 가져다드릴게요.” “그래.” 도구를 손에 넣은 이다빈은 작업에 들어갔다. 그녀는 빠른 손놀림 두세 번으로 로봇을 분해하더니 어느 정도 수리한 후 다시 원래 상태로 조립했다. “진짜로 알고 있네?” 성도섭이 감탄하며 한마디 했다. 이다빈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박현우는 이 여자가 의외로 꽤 괜찮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동생은 프로급 수준이다. 그런데 이다빈이 로봇의 문제를 한눈에 알아봤으니 절대 예사로운 사람은 아닐 것이다. “다 수리했어.” 이다빈은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벌써 다 했다고? 박서명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이다빈 손에 든 로봇을 바라봤다.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닌가? “아, 그리고 이 로봇의 칩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컴퓨터 있어?” 이다빈이 박서명을 보며 물었다. 박서명은 눈이 더 커졌다. 칩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진짜로 한다면 그 수준은 전문가급이다. “잠깐만요.” 박서명은 위층으로 올라가더니 이내 다시 내려왔다. 그러고는 이다빈의 앞에 노트북을 펼쳐 놓더니 옆에 서서 한눈도 팔지 않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다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지켜보고 싶었다. 성도섭도 다가와 고개를 들이밀었다. 박현우도 옆에 있었다. 로봇을 노트북에 연결한 이다빈은 아주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열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대단해!’ 성도섭은 속으로 외쳤다. 박현우의 까만 눈동자에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다빈의 손가락이 비쳤다. 점점 그녀의 손놀림에 빠져드는 듯했다. 몇 분 뒤, 이다빈은 노트북을 덮더니 로봇을 박서명에게 돌려줬다. “한 번 다시 해봐. 이제 문제없을 거야.” “네!” 박서명은 바로 로봇을 작동시켰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고 비행 방향도 온전히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자기의 손발처럼 움직임이 민첩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소의 효율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정말 대단해요! 존경해요!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박서명은 눈을 크게 뜨고 숭배하는 표정으로 이다빈을 바라봤다. “그렇게 과장하게 말하지 않아도 돼. 로봇 작동원리는 사실 간단하고 별로 어려운 부분이 없어서 쉽게 수리할 수 있어.” 이다빈은 말을 마친 후 소파에 앞에 앉아 차를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쉽다고? 천재 박서명은 처음으로 자괴감을 느꼈다. “이렇게 능숙한 걸 보니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것들을 갖고 놀았나 봐요?” 이다빈은 물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집에 있던 TV를 뜯었어.” “그다음에는요?” “다시 조립해 놓았지.” “와! 정말 대단해요!” 박서명의 두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 “풉! 하하!” 성도섭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다빈의 말에 폭소를 터뜨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꼬마 악당, 너는 아이큐가 200이나 되면서 어떤 말이 허풍인지 구분이 안 가? 혹시 그사이 아이큐가 가출한 거 아니야?” “형의 아이큐는 집에 한 번도 안 돌아왔잖아요.” 박서명은 정신 나간 사람을 보는 듯 성도섭을 쳐다봤다. “얼마나 대단한지는 내가 형보다 더 잘 알아요.” 성도섭과 말을 섞기가 귀찮아진 박서명은 탁자 위에 놓인 물컵을 들더니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꼭 훌륭한 로봇 전문가가 될 겁니다.” “아휴! 꼬마 악당,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성도섭은 놀란 나머지 자신의 침에 사레들릴 뻔했다. “현, 현우야, 네 동생이 설마 다른 사람과 바뀐 것은 아니지?” 박현우의 시선은 박서명으로부터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옮겨졌다. 그의 동생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능력은 이 또래와 비교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많은 엘리트 어른들을 압도하기도 했다. 특히 기계 연구에는 자신만의 생각도 갖고 있었다. 비록 박현우는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동생의 행동을 통해 이다빈이 이 분야에서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동생을 탄복시킬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때, 박현우는 문득 얼마 전, 이다빈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말... 보아하니 이 말이 온전히 허풍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뚝심이 있는 말 같았다. 하지만 단순히 로봇을 고칠 줄 아는 것만으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오롯이 이것만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무릎을 꿇은 박서명을 본 이다빈은 오늘 아침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던 주연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늘은 대체 무슨 날일까, 다들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려고 하니 말이다. “받아줘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니까!” 박서명이 이다빈을 향해 끊임없이 어필했다. 이다빈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너를 제자로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는 제자를 둘 생각이 없어. 평소에 바쁘고 중요한 일이 많아서 가르칠 시간이 없어.” 성도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 시작이네. 매일 결석하는 학생이 바쁘긴 뭐가 바빠?” “공부는 못해도 로봇을 개발하는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박현우가 이다빈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서명은 이다빈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자 다급해 했다.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면 오늘 밤 우리 형을 바칠게요. 꼭 아이까지 갖게 할 수 있게 할게요.” 이다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하.” 성도섭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고는 박현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네 동생 진짜 괜찮네. 스승을 모시려고 형까지 다 팔아먹으니 말이야!” “나는 너의 형에게 관심이 없어.” 이다빈이 말했다. 박서명은 고개를 돌려 자기 형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다소 동정 어린 감정이 서려 있었다. 가뜩이나 이다빈의 말에 기분이 언짢았던 박현우는 동생이 그런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자 순간 때리고 싶어졌다. “그럼… 우리 형에게 관심이 없으면 나는 어때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한 가지만은 약속할 수 있어요. 꼭 잘 할게요. 행복하게 해줄게요.” 박서명이 가슴을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이다빈의 머리는 더더욱 지끈거렸다. “풉! 하하! 웃겨 죽겠어! 박 도련님, 약혼녀가 곧 제수씨가 되겠네? 아이고, 안 되겠다. 웃겨 죽겠어! 하하.” 박현우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박서명의 앞으로 걸어갔다. “숙제는 다 했어?” “아직이요. 좀 이따 할 거예요.” “지금 당장 방에 가서 숙제해. 다 못하면 바깥으로 나올 생각하지 말고.” “싫어요! 아직 스승님의 허락도 못 받았단 말이에요. 나...” 박서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현우는 그의 멱살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가더니 방에 가뒀다. 성도섭은 더 웃고 싶었지만 박현우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참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콜록콜록!” 성도섭은 헛기침을 두 번 하고 화제를 돌렸다. “박 도련님. 나노신소재가 개발되었다고 하던데 곧 발표회가 있을 거야. 언제 열릴지 혹시 아는 정보라도 있어?” 박현우는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 그때 이다빈이 한마디 했다. “발표회 날짜는 이달 28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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