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By: Webfic
제1장 키스마크
차에서 내린 강유나, 진영재 때문에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
초가을, 산의 저녁 바람은 쌀쌀했지만 그녀는 진영재의 취향을 맞춰주기 위해, 오기 전에 특별히 몸에 꼭 맞는 하얀 원피스를 골라 입었기에 지금은 추위에 몸을 떨었고 다리도 풀려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다.
강유나는 재빨리 치켜 올라간 원피스 끝을 잡아당겼는데 몸에 난 물린 자국들이 가득했다.
물린 자국은 많지 않았지만 깊은 자국들이 있어 더욱 눈에 띄었고 보기에도 민망하고 난감했다.
그녀는 아픔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진영재가 진짜 뼛속까지 개가 같다고 생각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변태적 취향 때문에 그녀와 관계를 맺을 때면 끝없이 고문처럼 괴롭히기만 하기에 자국들이 사라지려면 며칠은 걸려야 했다.
그 말은 그녀가 며칠 동안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강유나는 진영재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가 병원에 가지 않으면 어른들한테 결혼을 재촉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엄마가 아픈 상황에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고 진영재의 요구에 싫다고 할 수도 없었다.
집을 나가기 전에, 그녀의 엄마가 그녀한테 신신당부했었다.
"유나야, 진씨 가문에 돈도 많고 권력도 있어, 영재 도련님이 이번 생에 너한테 최고의 남자야, 죽더라도 진씨 가문 무덤에 묻혀야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거라고 협박도 했었다.
저녁, 강유나의 볼은 빨개 있었고 눈가는 촉촉했다. 이곳에 온 이유가 생각난 그녀는 심호흡하고는 상의하듯 말했다.
"영재야, 우리 엄마가 상황이 안 좋아, 나랑 같이 보러 가줘."
그녀는 딱딱한 성격이었기에 남들을 따라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엄마가 곧 죽게 되었다. 폐암이 전이되어서 살 날이 얼마 없었다.
그런 엄마가 꺼낸 유일한 요구가 바로 진영재를 만나겠다는 거였다.
강유나는 눈을 감고도 무슨 일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 소리가 들렸고, 남자는 길고 늘씬한 다리를 쭉 뻗어 차에서 내렸다.
온몸이 엉망인 강유나와 많이 달랐다.
그는 옅은 색의 셔츠를 입었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머리는 깔끔하게 자른 단발이었고, 코는 오뚝하고 눈썹은 또렷했다. 얼굴에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고, 화려한 불빛을 등지고 있었기에 그의 모습이 오히려 차갑고 날카롭게 보였다.
강유나는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진영재는 태생적으로 잘 생겼다, 아무리 편하게 서 있어도 그 자체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런 얼굴이었다.
게다가 원래 부잣집 도련님이었고 팔자도 좋았기에 성격은 오만했다.
진영재를 잘 달래면 뭐든 상의할 수 있었다.
강유나가 나른한 말투로 상의했다.
"걱정 마, 시간 많이 안 잡을게."
그녀는 진영재가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 나자, 엄마의 병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났다.
그 말을 들은 진영재는 차에 기대 아무 일 없다는 듯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자연스럽게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내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자마자 한다는 말이 그거야?"
말투에는 언짢음이 가득했다.
강유나는 너무 화가 나 욕이 나올 것 같았다.
또 이랬다.
강유나는 그들이 어릴 적부터 맺어진 혼약이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감정이 생길 거라고 믿었다. 그동안 살면서 두 사람이 서류만 없었을 뿐, 모두가 두 사람의 사이를 알고 있었기에 부부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진영재는 끝나기만 하면 정뿐만 아니라 모든 의리도 흩어지는 그런 매정한 사람이었다.
심지어는 강유나가 자신이 진영재가 원하는 약혼녀가 아니라 그가 데리고 온 여자 파트너라고 생각할 정도로 매정했다.
그녀는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담배가 거의 타들어가는 걸 옆에서 보고 있던 진영재, 그녀가 아무 말 없자 머리를 들어 보았는데 마침 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는 강유나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추워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새빨개진 눈에는 무기력함이 가득했다.
강유나의 몸매는 그가 인정할 정도로 좋았다. 손에 딱 맞는 그런 편안함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그한테 맞춰주기 위해 아주 많이 애썼고, 절정에 달했을 때, 두 사람의 몸은 마치 하나처럼 잘 맞았다.
그녀는 예쁘고, 성격도 온화하고 순종적이었기에 결혼하기에 적합한 여자였다.
하지만...
진영재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왜, 벌써 기분 나쁜 거야?"
그 말에 강유나는 애써 화를 참으며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는 거였다.
진영재는 예상했던 습관적인 반응이라 "응"하고 답했다.
"늦었어, 가자."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강유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자기가 원하는 답을 못 들었기에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진영재의 성격을 잘 알았다. 돌아가겠다고 했으니 절대 계속 시간을 낭비할 리가 없었다.
강유나는 묵묵히 조수석으로 걸어갔는데, 얼핏 사이드미러에 붙은 노란색 스티커를 보았다.
귀여운 곰돌이 푸였다.
정말 귀여웠다.
하지만, 그녀가 붙인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