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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문 열어,나야

아빠 몰래 치킨을 먹은 원원은 기뻐하며 원아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방으로 돌아왔다. 원아는 다리에 작은 꼬마를 매달고 절뚝거리며 힘들게 방으로 돌아왔다. “이젠 늦었으니 네 방으로 데려다줄까?”원아는 방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던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는 그녀를 올려다보면서“우리한테 호텔방 키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여동생은 작고 통통한 손으로 원아를 껴안고 눈을 감은 채 잠이 들었다. “카드 없이 어떻게 들어가지?” 원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회장님이 몇 시쯤에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올지도 몰랐다. 원아가“동준 삼촌한테 전화해 볼까?”라며 잠이 든 원원이를 보면서 훈이한테 말했다. 훈이는 잠들어있는 여동생을 보더니 핸드폰을 원아한테 넘겨주었다. 원아는 동료한테 동준 비서의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고 나서 전화했다. 동준은 전화를 받고 원아한테 “고생 많으십니다, 아가씨, 회장님은 지금 몇 명의 중요한 손님들과 식사를 하고 있어서요, 언제 호텔로 돌아갈지는 저도 몰라요, 두 아이를 먼저 아가씨 방에서 하룻밤 재우는 것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밤 10시가 지나서 원아는 마침내 두 아이를 재웠다. 왼쪽에는 원원이 오른쪽에는 훈이, 둘은 달콤하게 잠들었다. 원아는 방을 청소하고 두 꼬마의 옷을 정리하고 나서 침대 한가운데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다행히 침대가 충분히 커서 세명이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었다. 누운 지 5분도 안 되어 원아는 졸려서 눈을 감았다. …… 새벽쯤,. 원아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그녀는 졸려서 흐리멍덩하게 눈을 뜨고는 몸을 일으켜 휴대전화를 만졌다. 010-0909-9999, 모르는 핸드폰 번호가 떴다. 한밤중에 걸려온 스팸 전화는 번호가 꽤 좋았다! 원아는“누구세요?”라며 물었다. “문 열어, 나야.”낮지만 허스키한 남성의 목소리가 유난히 사람을 사로잡았다. “문을 열라구요? 누구신데요?” 그녀는 너무도 졸렸다. 상대방 쪽에서는 숨소리만 났다. 원아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잇다가 침대에 누워있는 두 아이를 보더니 “문…회장님이세요?”라며  물었다. “문 열어!”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원아는 깜짝 놀라면서 침대에서 내려와서 문쪽으로 향하면서 중얼거렸다. “회장님이 아이를 데리러 오셨는데,죽도록 잠들었다니!” 침대 위에서 두 꼬마는 아주 달콤하게 자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아는 드디어 방문을 열었다. 문소남은 눈을 감고 문에 기대어 있었고 한 손에는 외투, 다른 한 손에는 검은색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분명 오래 기다린 것 같았다. “문, 회장님…”원아는 그를 불렀다. 문소남은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술기운이 온몸에 퍼졌는데도 그는 여전히 고귀한 기질을 풍겼다. 문소남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마치 오랫동안 본듯한 느낌이었다. 원아는 그가 들어와 아이를 안아가도록 옆으로 물러섰다. 그녀는 그의 몸에서 술 냄새와 진한 담배 냄새를 맡았고 문 앞에 서서 움직이지 못하고 함부로 보지도 못했다. 현관에 불빛이 너무도 밝아 그녀는 잠에서 깨었고 마치 문지기처럼 문을 열어놓고 사장이 아이를 안고 나가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꽤 지났는데도 원아는 두 꼬마가 일어나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의심스러운 듯 방문을 살짝 닫고 살금살금 침실로 들어가 보니 그녀의 침대는 이미 세 식구한테 완전히 빼앗겨버렸다.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술에 취해 돌아온 아빠는 두 아이와 함께 조용히 자고 있었다. “깨울까 말까?” “깨우면 회장이 화를 내면 어떡하지?” “깨우지 않으면 어디서 자야 되지?” 생각 끝에 원아는 잠들어있는 세 식구를 깨우지 않고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와서 함께 출장 온 여자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핸드폰에서 전해져오는 안내 음성이었다. 원아는 복도에 기대어 한참을 생각한 뒤에 또 동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랫동안 울렸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마 술에 취해 잠들었을 것이다! 원아는 카운터로 내려가서 호텔 직원에게 방을 하나 더 열어달라고 했지만 직원이 “미안해요, 빈 방이 따로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라며 원아는 다시 위층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문밖에 서서 하룻밤 지내야 되는 걸까?” 새벽 1시가 넘어서 엘리베이터가 열렸고 안에서 1남 2녀가 걸어 나왔다. 머리에 흉터가 여러 개 잇는 남자는 구멍난 청바지를 입고 짙은 화장을 한두 여자를 품에 안고 키스를 하며 히죽거리면서 나왔다. 원아를 본 남자는 순간 두 여자를 뿌리치며 “여기에 불쌍한 미인이 있었네, 갈 데 없으면 오빠랑 같이 놀자, 시원하게 해줄게!”라고 말했다. “미친놈!”엉겁결에 욕설을 퍼부은 원아는 놀라서 즉시 방문을 열고 토끼처럼 뛰어 들어갔고 끊임없이 심호흡을 했다. 문밖에서는 마치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아서 원아는 돌아서서 욕실 문에 기대었다. 겁이 많던 그녀가 너무도 놀라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는 뒤에서 따뜻한 손이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놀라서 몸을 돌렸다. 그녀의 뒤편, 욕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중심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겼다. “아…”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비명을 질렀지만 오히려“음…”하는 신음소리가 났다. 욕실은 캄캄한테 이 방에 있는 유일한 남성은 회장인 문소 남 뿐이고, 지금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는 틀림없이 문소남이 분명했다. 원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밀어냈지만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 원아는 무서웠지만 그의 키스에 꼼짝하지 못했다. 그의 키스는 캄캄한 밤에 원아의 비명소리를 가벼운 신음소리로 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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