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심장이 빨리 뛰었다
10분 뒤, 이강이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원아가 일어서며“어때?”라고 물었다.
“면접관들이 묻는 질문들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우리 능력으로는 충분히 할수 있어.”이강은 원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아.”라고 말했다.
원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연아 씨 들어오세요.”여비서가 말했다.
원아는 재빨리 옷차림을 정리하고 긴장해서 들어갔다.
그녀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문소남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원아는 자리에 앉아 면접관들과 인사를 나누고나서“존경하는 면접관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우선 면접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원아라고 합니다.”라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면접 오프닝 멘트를 많이 연습했었다.
새롭지는 않았지만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면접은 계속 진행 중이었다.
문소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문소남의 뜨거운 시선에 그녀는 면접관의 질문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원아도 면접실에 들어올 때 문소남을 쳐다보았다.
“원아씨, 결혼 하셨어요?”문소남의 차가운 목소리에 갑자기 면접관들이 말을 잇지 못했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면접관들은 진행 중이던 면접을 멈추고 일제히 문소남을 바라보았다.
“미혼입니다.”원아는 겁에 질려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럼 혹시 결혼할 상대는 있어요?”문소남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면접관들은 회장님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원아는 문소남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직접 만나보니 그 당시 옆 고등학교의 선배와 매우 닮았다.
성공한 문소남은 학교 때의 젊은 시절하고는 달랐다.
기질적으로나 얼굴 표정에서나 눈앞의 문소남은 차갑고 냉정했다.
……
면접이 끝나고 원아는 힘 없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면접 어떻게 됐어!”이연이 먼저 다가와서 물었다.
원아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 이연이를 보면서 “면접관이 나보고 기혼인지 미혼인지 물었어, 그리고 미혼이면 결혼할 상대가 있느냐고 물었어.”라고 말했다.
이강은 듣자마자 인상을 찡그리면서“이게 무슨 상황인가?”라고 말했다.
“너무 사적인 질문 아니야?”라며 원아가 말했다.
하지만 이연은 “아니야, 애가 있냐고 물어보는 회사도 있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원아는 내려가면서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
“애가 있으면 일에 지장줄까봐 그러는거지.”이연는 오빠와 원아를 보면서“대다수 직장에서는 기혼 여성을 이렇게 차별해, 니가 금방 돌아와서 모르나 본데 나중에 익숙해지면 알게 될 거야.”라고 대답했다.
……
그날 오후.
원아와 이강은 두 달간의 수습 기간을 통보받았고, 두 달 뒤, 심사를 통과해야 T 그룹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다음날.
이강 이연 남매는 원아를 픽업하고 함께 출근했다.
“차를 사야겠어. 그럼 앞으로 이연이 차를 타지 않아도 돼.”이강은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원아하고 말했다.
“왜, 내가 둘이 연애하는 걸 방해라도 한 거야?”이연은 일부러 둘 사이를 비집고 지나면서 장난을 쳤다.
원아는“내일부터 데리러 오지 마, 같은 길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지하철 타고 출근하면 돼.”라고 말했다.
……
근무 첫날
원아는 매우 열심히 일 했다.
오후에 이강은 갑자기 부서의 한 선배에게 끌려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다.
이강은 노트북을 들고 원아와 서둘러 인사를 나누고 바로 떠났다.
이강도 이 부서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신입을 데리고 출장을 가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발목을 잡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원아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빨리 업무를 익숙하려고 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이연이 원아에게 다가와 “저녁에 우리 집에 밥 먹으러 갈래? 엄마가 너를 초대했어.”라고 말했다.
원아는 과거의 건축 도면을 숙지하고 있다가 이연의 말에 고개를 들어 “방금 전에 받은 통지야, 야근을 해야 된대…”라며 난감해서 말했다.
이연은 믿기지 않아 업무 위치로 달려가 우편물 통지를 보았다.
야근하는 통지가 맞았다!
디자인 부문에서 야근은 보통 일이긴 하지만 원아와 오빠는 정말 운이 없었다, 출근 첫날에 출장에, 야근에, 어이가 없었다.
저녁은 동료들과 함께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야근을 계속했다.
저녁 10시 30분쯤.
이연과 다른 두 직원은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아는 계속해야만 했다.
시차 때문에 원아는 너무 졸려서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커피를 들고 돌아왔을 때 매니저가 그녀를 보고 “이 도면을 회장님한테 얼른 가져다줘.”라고 말했다.
원아는 즉시 커피를 내려놓고 도면을 가지고 회장실로 향했다.
부서에는 오직 세 명만 남았다, 매니저, 베테랑 디자이너, 그리고 그녀.
회장님께 도면을 가져다면서 원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소남의 얼굴을 떠올렸다.
엘리베이터가 제일 위 층에 도착했다.
원아는 조심스레 회장실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세요.”문소남의 냉혹하면서도 묵직하고 나직한 목소리였다.
원아는 문을 열고 들어가 큼직한 책상 위에 도면을 내려놓았다.
문소남도 머리를 묻고 일을 하다가 도면을 받아 보면서 그녀가 떠나려 할 때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원아는 예의상 발걸음을 멈췄다.
문소남의 시선은 오랫동안 그녀의 몸에서 머물렀고, 5년 동안, 예쁘고 훌륭하게 변신한 원아를 보면서“지금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서 준비하세요, 내일 같이 출장 가야 돼요.”라고 하면서 다시 일에 몰두했다.
원아는 신입이어서 당분간 출장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문소남의 명령에 거절할 수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문소남의 시선은 또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고 원아의 매혹적인 뒷모습에 반해버렸다.
한참 후에야 그는 온몸이 굳어진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