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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개방적인 사고를 부탁해

"내가 언제......" 원아의 첫 반응은 부인이었다. "아니라고? 아니면 왜 시간만 나면 담장에 엎드려 멍청하게 옆 고등학교 운동장을 쳐다본 거야?" 주현주는 다 지난 옛날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의 일들을 원아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뭐든 아름답다고 생각되면 경치든 사람이든 모두 멍하니 오래 바라보곤 했다. 중고등학교 때 그녀가 가장 많이 바라본 사람이 바로 옆 고등학교의 문 선배다. 주현주는 원아가 부끄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또 말했다. “학교 최고 얼짱에 공부도 잘하고! 그렇게 멋있는 사람을 누가 안 좋아할 수 있겠어? 부인할 필요 없어.” 원아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친구의 놀림에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잠재의식 속에서 그녀의 머릿속 문 선배는 문소남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문소남에게는 문예성이라는 동생이 있고, 두 사람은 생김새가 좀 비슷하다고 한다. 원아는 문예성을 본 적이 없다. 만일 문예성이 문 선배이고, 그녀가 닮은 두 사람을 착각해서 문소남을 문선배라고 오해한 것이면 어떡하지? 원아가 말했다. 제55화 개방적인 사고를 부탁해 “좋아하긴 누가 좋아했다고 그래? 나는 그때 겨우 14살이었는데......" "14살이 어때서, 너는 생각이 너무 꽉 막혔어. 너 설마 그 당시 우리 학교에 연애하는 친구들 있었던 거 몰라? 비일비재했어. 고1 중에는 낙태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 엄마는 선생님이야. 이런 일 집에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알아?" 주현주는 확신을 갖고 말했다. "너는 그때 사랑에 눈을 뜬 건데, 너무 수줍어서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야." 원아는 말문이 막혔다. "주말 모임 주소도 바뀌었어. 나중에 내가 주소를 보내줄게. 다른 사람들한테도 연락해야 돼서 그만 끊을게." 주현주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자 원아는 온몸에 맥이 풀렸다. 전에는 문 선배가 올지 안 올지 추측만 했는데, 지금은 주현주에게 문 선배가 온다는 명확한 통보를 받았다...... 모든 여학생은 사랑에 눈 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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