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두 아이의 탄생
“강수 씨, 난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딸이 두 명 있어요. 비록 선미는 당신의 친자식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당신을 아빠라고 불렀어요…”
이혜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상에 누워있던 원강수는“할 말 있으면 해, 내가 너를 가장 아끼는 남편이잖아”라며 말했다.
이혜진은“당신이 날 아끼고 우리 선미를 아끼는 줄 알아요…”라며 원강수의 손을 잡고“원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해외로 유학 보낸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선미도 원아보다 겨우 두 살 많은데, 지금 하루 종일 술집에 틀어박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아서 정말 걱정이에요. 우리 선미도 원아랑 같이 유학 보내주고 싶어요!”
원아는 병실 문밖에서 이 말을 듣고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원선미는 올해 스무 살이며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누군가와 땡땡이를 치기 시작했다.
담배, 술, 밤샘 등은 원선미의 꼬리표였다.
배다른 언니에게 원아는 조금도 호감이 없었다!
원강수는 부자가 아닌지라 평생 모은 돈은 약 1억 4천만 정도였다. 가족을 위해 간에 문제가 생겨 쓰러질 때까지 매일 열심히 일했다.
의사한테서 곧 죽을 거라고 선언 받았을 때에도 1억 4천만의 저금을 절대 쓰려고 하지 않았으며 두 달 전에 치료를 포기 하려고 했다.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의사와 친딸을 포함한 누구도 방법이 없었다.
원강수는 눈물을 흘리며 딸에게 그의 유언을 끝까지 듣도록 강요했다. “원아야, 아빠는 평생 능력이 없어서 고작 1억 4천만 원밖에 저축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면 너무 슬퍼하지 말고 뒷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이 돈을 가지고 외국에 가서 공부해! 미래의 길은 너 혼자 걸어야 해! 네 엄마처럼 욕심부리지 말고, 아빠처럼 무의미하게 살지도 마! 네가 내 말을 듣는다면, 아빠는 당장이라도 눈을 감을 수 있어!”
지금 생각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빠가 죽을지언정 1억 4천만을 자기한테 남겨두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원아는 아빠의 목숨을 살리려고 했다.
그녀는 병실 밖에 서서 아빠와 새엄마의 사랑스런 모습에 기뻐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결국 원아는 병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던 원아는 원선미와 마주쳤다.
“이거 우리 집 순둥이 원아 아니야?”원선미는 담배를 낀 손으로 원아를 아주 가볍게 밀치면서 그녀를 향해 담배연기를 한 모금 밷었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네 아버지는 병들어 죽을 지경인데 치료할 돈이 없어서 어떡하냐?너의 열여덟 살 몸으로 돈 벌어서 아버지의 병을 치료해 주면 어때?”
원아는 징그러운 원선미를 보면서“개소리 하지 마”라고 말했다.
원선미는 눈을 부릅뜨고 원아의 말에 격노했다!
“망할 계집애, 감히 언니한테 말대꾸를 해?!”
원아는 무시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원선미는 화가 나서 손을 떨며 목을 빼들고 욕설을 퍼부었다.
“지랄하기는! 네 아빠도 네 엄마가 뻔뻔하다고 했거든!빨리 병원 가서 검사해봐. 네가 네 아빠의 친딸이 아닐지도 몰라!”
……
임신 7개월째.
원아는 뱃속의 생명이 변화되는 것을 느꼈고 그녀를 발로 차는 느낌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기가 태어난 후의 모습도 상상했다.
“남자 아기인가, 여자 아기인가? 배가 이렇게 큰데 혹시 영양 과잉이라도 아닌지?”
지난번에 병원에서 원선미도 유학 가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그녀는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았다.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배가 너무 커져서 아빠한테 들킬까 봐서였다.
게다가 이혜진은 아빠의 건강을 돌보는 것인지, 아니면 원선미 대신 1억 4천만 원을 지키는 것인지 늘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원아는 이혜진이 아버지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기를 바랬다.
……
며칠 뒤, 원아는 아버지가 출근, 야근, 출장, 쉬지 않고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아는 화가 나서 전화로 아빠에게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설을 맞이하고 출산 예정일이 되었다.
개인 병원의 최상급 산실에서는 몇 명의 여의사들이 하루 종일 그녀를 돌보았고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원아는 아이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대화에서 아이 아빠의 신분이 평범한 사업가가 아니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원아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의사의 말에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것을 들었다.
이어 수술실로 옮겨졌다.
수술 과정에서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마취가 사라지면 매우 아플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기와 거의 9개월 동안 함께 있었는데 갑자기 배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별의 순간이었다!
혈육 분리,너무 아팠다.
날카로울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어느새 콧등을 지나 뺨으로 흘러내렸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거래였는데 왜 심장이 이렇게 아플까!”
정 집사는 원아한테 눈길을 기울였고 그녀가 우는 것을 보았으며 그녀가 외로워 하는 것을 보았다.
정 집사는 그녀에게 따뜻한 말투로“이제 겨우 열아홉 살이에요, 아픈 기억들을 지워버리고 남은 인생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라고 말했다.
위로의 말이었지만 가슴이 짠 했다.
“남자 아기인지 여자 아기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원아는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자 아기예요, 아주 건강해요.”정 집사는 어르신의 지시에 따라 원아에게 거짓말을 했다.
사실 그녀는 남자 아기 하나와 여자 아기 하나를 낳았으며 모두 다 건강했다.
원아는 얼굴이 창백했고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
이 세상에 새로운 생명이 생겼다, 바로 그녀의 딸이었다.
……
원아는 열흘만 병원에 있었다.
그녀는 매일 병원에서 딸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다.
슬프고 비참한 거래였다.
퇴원하고 원아는 임시주택으로 돌아와서 아빠한테 전화했다.
아빠의 전화는 이혜진이 받았다.
“원아야, 네 아버지는 바쁘니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원아는 아빠와의 통화마저도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아빠는 언제 일이 끝나요?”라며 원아가 물었다.
“몰라, 네 아빠가 너를 유학 보낼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거든,일이 끝나면 너한테 전화하라고 할게.” 라며 이혜진이 말했다.
“아빠 전화를 기다릴게요.”라고 말하며 원아는 전화를 끊었다.
사실 원아는 이혜진이 아빠한테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세상에 남은 그녀의 가족은 단 두 명뿐이었다.
아버지는 밖에 나가서 가족을 위해 바삐 보내셨고 갓난아기인 딸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원아의 딸이 아니었다.
그리고 엄마는 원아가 태어나서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았다.원아는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녀를 그리워한 적은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