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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가려고요?

그녀는 무릎을 안고 다리가 저릴 때까지 바닥에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 문소남의 목소리가 화장실에서 들려왔다. 욕구를 만족한 후에만 나는 쉰 목소리였다. "들어와도 됩니다." 원아는 입술을 깨물고 어색함을 참으며 일어나 다시 화장실 문을 열었다. 문소남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한 번 보았다. 원아는 그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민망한 생각에 그의 시선을 피했다. 지금 이 순간, 문소남의 옷차림은 아주 단정했다. 이전처럼 말쑥하고 가지런한 신사의 모습이었고, 놀랍게도 셔츠 소매까지 정교하고 깔끔했다. 마치 좀 전에 있었던 모든 일에 그는 전혀 관여한 적이 없고, 모두 그녀의 일방적인 행동이었던 것처럼...... 원아가 들어가려고 할 때, 그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남자의 늘씬하게 뻗은 몸 주위에 남성 호르몬이 폭발한 수컷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그 냄새는 그녀를 몹시 당황하게 했다. "비켜주세요." 원아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문소남이 짙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그녀와 몸을 스치며 화장실을 나갔다. 원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화장실 문을 닫기 전에 문소남이 문훈아의 뒤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아버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더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사랑이 부족해 보였다. 그녀의 집에서 자기 집처럼 밥을 먹고, 머무르고, 마음대로 하더니, 지금은 또 그녀의 병실을 제 집인 양 아이는 숙제를 하고, 어른은...... 자......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 그녀는 속옷을 치우고 나서 화장실 벽에 기대어 괴로워했다. 죽고 싶었다. 문소남과 얽히기만 하면 왜 이런지 모르겠다. 번번이 그의 앞에서 망신을 당한다. 낮에 그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최고경영자이다. 그녀는 회사에 새로 온 여직원으로 배경도 뭣도 없고, 그의 직속 부하직원도 아니다. 신분 차이가 이렇게 큰 두 사람이 뒤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나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이건 자신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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