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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1화 여우 같은 계집애

채은서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염초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자 소남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소남은 채은서가 염초설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이유가 단지 ‘채은서’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채은서와 가까이 지내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남은 염초설이 된 원아가 이런 수모를 겪게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소남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예성이 빠르게 나서서 원아의 생신 축하금을 받아들고 축의금 박스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염 교수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원아는 예성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이 축하금이 자신의 손에 오래 머물렀다면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성은 지금 염초설을 도와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려 한 것이었다. “형님, 같이 들어가시죠?” 예성은 소남이 손님을 맞는 자리에 오래 머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얼른 제안했다. “그래.” 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성은 자연스럽게 오현자까지 함께 연회장 안으로 안내했다. 채은서는 소남 일행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다. “여우 같은 계집애.” 이하늘은 채은서가 염초설을 욕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채은서는 이어서 하늘에게 말했다. “네 남편 잘 감시해. 저 여우 같은 계집애한테 혼을 뺏기지 않게.” “네, 어머니.” 하늘은 입으로 대답만 했을 뿐 속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염초설의 목표는 문소남이지, 작은 작업실 같은 데서 일하는 문예성이 아니잖아.’ 예성은 원아를 자리에 안내하며 말했다. “염 교수님, 교수님 자리는 여깁니다. 조금 있으면 이연 씨도 이쪽에 앉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원아는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 예성은 다시 소남에게 말했다. “형님, 할아버지가 주인석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도착하면 한 번 들르시라고 하셨어요.” “알았어.” 소남은 대답하면서도 원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소남과 원아의 가까운 거리는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많은 이들이 은밀히 시선을 보내며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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