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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오늘은 A 시의 상류층 자제 진아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평범한 결혼식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결혼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인 신랑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신랑 박시준. 그는 반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현재 식물인간 상태이다. 의사는 그런 그가 이번 연말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 말했다. 그의 어머니 박 사모님께서는 큰 절망에 빠졌고 그런 자신의 아들이 죽기 전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사실 박 씨 집안은 A 도시에서 매우 잘나가는 부자였지만 시한부 남편과 결혼할 여자를 찾기란 매우 어려웠다. ... 화장대 앞. 진아연의 메이크업이 방금 막 끝이 났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그녀의 우아한 몸매가 드러나게 살포시 감싸주었고, 눈처럼 하얀 그녀의 피부를 더욱 눈부시게 받쳐주었다. 신부 메이크업은 그녀의 오목조목한 얼굴을 더 돋보이게 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의 붉은 장미처럼 화사했다. 다만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결혼식 20분 전, 그녀는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리며 애꿎은 휴대폰 화면만 만지작거렸다. 사실 그녀는 박시준과 결혼하기 전 사귀던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바로 박시준의 조카 박우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둘의 사이가 공개된 적은 없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결혼식 전날 밤 우진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내심 그가 자신을 데리고 A 도시에서 도망쳐 주기를 바랐다. 밤새 기다렸던 그의 메시지는 오지 않았고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수 없어 의자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손에 쥐고 핑계를 대며 잠시 대기실에서 나왔다. 그러다 복도를 가로질러 라운지를 지나가던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라운지의 문은 열려 있었고 그녀의 여동생인 진희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진아. 우리 어리석은 언니가 널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지금이라도 가서 좀 달래주지 그래. 혹시 후회하고 결혼 안 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래?" 박우진은 희연을 안으며 그녀의 가느다란 목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오늘이 결혼식 당일인데 결혼 안 한다고 말한다 한들. 그게 마음대로 되겠어? 후회한다고 도망치면 우리 집 경호원들이 끌고 가서라도 결혼 시킬걸!" 그 말에 신이 난 듯 크게 웃는 희연의 웃음소리가 거슬렸다. "진아연이 나랑 당신이 매일 밤 같이 보내는 걸 알면 분해서 제 명에 못 살 거야. 호호호!" 그 말에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진아연은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했고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웨딩드레스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사실 얼마전 아버지 회사의 투자가 갑자기 중단되며 자금 압박이 들어왔고 결국 아버지께서는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래서 재혼한 계모 왕은지가 자신의 이속을 크게 챙기기 위해 아연과 박시준 집안을 정략결혼 시켜버린것이다. 그러면서 아연에게는 모두 진 씨 가문을 위해 그런 것이라 말했지만 정확하게는 아연을 집에서 내쫓기 위한 계획이라는 것쯤은 아연도 이미 예상했었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달콤하게 속삭이던 그가 오래전부터 자신을 배신하고 있었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쩐지 박우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아무 의미 없는 결혼이라고 하면서 박시준이 죽고 난 뒤, 다시 자신과 결혼을 해도 늦지 않다며 설득한 게 다 이런 이유였다니. 모두가 그녀를 속인 것이다! 그녀의 평화롭고 아름답다고 느꼈던 삶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고, 이런 상황이 너무 기가 막혀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제 방해꾼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듯. 방 안 두 사람의 소리는 점점 격해졌다. 두 사람이 격해질수록 아연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 이 모든 일은 자신의 어리석음이 불러일으킨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아버지가 힘들어하실까 봐 새엄마와 이복동생의 괴롭힘을 꾹 참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원래 그녀의 몫이었던 것들. 빼앗긴 그녀의 모든 것들을 다시 되찾아 올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은 시작됐다. 진아연은 하얀 면사포를 뒤집어쓴 채 부케를 들고 로맨틱한 선율에 맞춰 식장으로 천천히 걸어들어 왔다. 혼자 결혼 맹세를 하고, 결혼반지를 꼈다. 자리에 참석한 귀빈들 모두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부터 아연은 박 사모님이라 불릴 것이며, 누구든 그녀를 쉽게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녀의 남편이 된 남자. A 시를 움직일 수 있는 그 사람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점이 신경쓰였을 뿐이다. ... 그날 밤. 진아연은 박시준의 별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가 있는 이 저택은 도시의 가장 중심부에 있는 부유층이 제일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집값이 천억이 훨씬 넘는 곳이라고 들었다. 아연은 이곳 별장 구조를 둘러보기도 전에 장 이모님에 의해 침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녀는 바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에게 시선이 끌렸고 천천히 침대 옆으로 걸어가 누워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이목구비가 매우 입체적이었고 양미간은 타고난 귀족 기질이 다분했다. 오랫동안 실내에 누워있어서 피부는 유난히도 창백했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 아마 그가 이렇게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의 신부가 될 수는 없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큰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기 전에 그는 엄청난 능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경영하는 ST그룹은 A 시에서 10위 안에 꼽힐 정도로 대단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무자비한 폭군이었으며, 그를 배신한 자들은 모두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대단한 남자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있을 때, 침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박우진이였다! "아연아, 미안해! 오늘 진짜 일이 너무 바빠서 겨우 빠져나왔어." 박우진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아연에게 다가와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진아연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당신 삼촌과 결혼한 사람이야. 아직도 날 아연이라 부르다니.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가르쳐줘?" "아연아, 나한테 많이 화났구나. 사실 당신을 데리고 도망칠 수도 있었는데... 그러면 당신이 너무 힘들잖아. 그게 나는 싫었어. 삼촌은 신경 쓰지 마. 뭐...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으니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삼촌을 잘 보내드린 다음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내가 유명한 변호사를 붙여 줄게!" 아무것도 모르는 박우진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신나게 말했다. "그러고 나면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것이 되는 거야!" 아연은 갑자기 그와 진희연이 함께 있던 장면이 떠올라서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이거 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을 떨쳐냈다. 아연의 외침에 박우진은 잠시 당황해했다. 자신이 알던 진아연이 맞는 건가 하며 바라봤다. 예전의 착하고 바보처럼 웃기만 하던 진아연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큰 소리를 친 적이 없었다. 혹시 그녀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 우진이 그녀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려던 찰나. 순간 그는 믿기지 않는 듯 진아연의 뒤쪽을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 삼촌..." 잠깐이었지만 침대에 누워있던 박시준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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