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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온은수은 오후 내내 회사에 돌아오지 않았고 차수현은 칼퇴를 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저녁을 다 먹었을 때 즈음 온은수가 집에 돌아왔고 차수현은 한 쪽에 앉아 어제 입었던 옷을 내려놓는 그를 보며 괜히 긴장해서 옷깃을 꽉 쥐었다. 그는 분명 나한테 할 말이 있을 꺼야! 어젯 밤 그 여자가 가출까지 감행하면서 시위를 했으니 분명 온은수에게 제대로 된 명분을 요구했을 것이며 차수현은 온은수도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온은수는 자신을 주시하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약간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뭐하자는 거냐는 눈빛으로 차수현을 쳐다보았다. 둘은 1초 간 서로의 눈만 바라보았고 온은수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영혼이라곤 1도 없는 딱딱한 그의 목소리. “아니, 저한테 무슨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요.”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온은수의 태도에 차수현은 더 어리둥절해졌고 괜히 지고 싶지 않은 오기가 발동해 똑같이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 “할말 없는데.”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차수현의 모습에 온은수는 설마 그녀가 뭔가를 눈치챈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기가 불편해진 온은수는 넥타이를 풀고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이 닫히자 차수현은 미간만 찌푸릴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온은수를 닥달해서 당장 결판을 낼 용기도 능력도 없었고 그래봤자 요 며칠 사이에 해결 될 일이라 그녀도 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차수현은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고 그때 방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차수현은 방 구석구석 다 둘러보다가 결국 온은수의 옷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임을 발견했다. 그냥 무시하고 넘기려 했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온은수가 받지 않자 끈질기게 계속 전화를 걸어왔고 계속해서 울리는 벨소리에 차수현은 약간 짜증이 났다. 하지만 혹시나 회사에서 온 급한 전화인데 받지 못해서 괜히 일을 그르치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 차수현은 휴대폰을 들고 욕실 문을 두드렸다. “아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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