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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병원에서 나와 회사로 복귀한 차수현은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착잡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잠시 가라앉는 듯 싶었다. 어떤 일이든 너무 조급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니까, 억지로 밀어 붙일 경우 오히려 자신과 뱃속의 아이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온은수를 본 차수현, 겨우 차분해졌던 그녀의 마음이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른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안 그래도 요 며칠 차수현은 감히 온은수에게 말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말 실수를 해서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흐린 날씨의 먹구름처럼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온은수의 까다로운 성격, 그 시각 온은수는 잔뜩 긴장해있는 차수현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며 사인펜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자신만 보면 부랴부랴 피하는 그녀, 괜히 기분이 잡친 온은수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한 쪽으로 툭 던졌고 그 소리에 차수현은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며 온은수를 쳐다보았다. 분명 온은수 눈에 안 띄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저 남자가 만족할까? 계속 이렇게 잘난 온대표의 심기를 건드릴 바에 차라리 여기서 나가는게 낫겠다 싶었던 차수현은 체념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때 마침 그때 남자의 냉철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차수현은 흠칫하며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피곤하니까 가서 커피나 타 와.” 소름돋게 차분한 중저음 목소리엔 아무 감정도 없는듯 했다. 커피를 타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녀는 온은수가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제가 회사의 커피 머신을 다룰 줄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내가 당신한테 월급을 주면서 이런 작은 일도 시키지 못 해? 당장 가서 타 와.” 잔뜩 화가 난 듯 심하게 찌푸려진 그의 미간, 우물쭈물하는 차수현의 모습이 많이 거슬리는 눈치였다. 어느새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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