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출근한 차수현은 왠지 모르게 제정신을 못 차리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한창 자신이 왜 이러는지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옛 직장동료였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관계로 차수현은 약간 의아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현 씨, 잘 지냈어요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당직을 끝내고 제가 수현 씨 대신 방 하나 청소해 준 적 있잖아요. 요즘에 그때 누가 당직을 섰는지 조사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
유예린은 그날 아침에 차수현의 업무를 이어받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날 방 안에서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일시적인 탐욕에 눈이 먼 유예린은 시계를 자신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 시계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시계는 세계적으로도 몇 없는 한정판이었고 대단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시계를 바로 팔아버리려고 했던 유예린은 함부로 팔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라 그녀는 시계를 다시 돌려줄 용기도 없었다. 혹시라도 도둑으로 몰려 잡혀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시계를 집에 숨겨놓은 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날 일을 조사하는 사람이 생기자 유예린은 아주 무서웠다. 만약 시계를 훔친 일을 들키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변명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 차수현이었기에 그녀는 이렇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유예린은 몰랐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차수현은 머리 속엔 텅 비워진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일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절대 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차수현은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유예린의 말 한마디에 다시 절망적인 그날 밤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차수현은 잠깐 멈칫하다가 애써 진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 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제가 갔을 때는 그 방이 계속 잠겨 있었거든요. 물론 청소도 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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