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0화
온은수는 멍해졌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한 적이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었다.
틀림없이 어르신이 차수현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몰래 사람을 보내 DNA를 검사하여 아이가 그의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온은수는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정말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여러 가지 행위는 차수현의 반감을 불러일으켜 온은수로 하여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게 했다.
“나……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온은수는 입술을 움직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 말 한마디만 했다.
그러나 차수현은 오히려 가소롭다고 느꼈다.
“당신이 언제 이렇게 나약했다고,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예요?”
“난 정말 그런 적 없어. 처음부터 난 당신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내 것이라고 믿었어.”
온은수는 설명하면서 자신조차도 믿을 수 없다고 느꼈다.
이런 말은 누가 할 수 없겠는가, 그러나 하필이면 오해할 만한 일을 했다니, 그는 정말 싸다.
“미안헤. 기분 나쁘면 나 때려도 되고 욕해도 돼. 감정을 발산해, 스스로 참으려 하지 말고. 그러다 화병 생길 수도 있어.”
온은수는 고개를 숙이고 비천한 모습으로 차수현이 욕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녀가 화를 풀 수만 있다면 된다.
차수현은 남자를 바라보았는데, 이런 비천한 자태는 온은수에게서 확실히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다만, 그녀는 아무런 감동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짜증이 났다.
이 남자는 항상 이랬다. 그녀의 생활을 방해하면서 또 그녀가 어떻게 해도 좋으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말라며 그 누구보다도 불쌍한 척하곤 했다.
온은수가 남자만 아니었더라면 차수현은 진작에 그를 계략녀로 여기며 한바탕 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수현도 더 이상 온은수와 얽힐 마음이 없었고, 거리에서 남을 욕하고 때리고 싶지 않았다. 그게 뭐가 된 단 말인가. 억지를 부리는 억척스러운 여자로 되어 오히려 온은수 이 진정한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게 아닌가? 그녀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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