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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냥 교통 버스만 탔다고? 온은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씨 집안이 어마어마한 재벌가는 아니더라도 그 집안의 귀한 딸이 가난해서 버스나 탈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그는 차수현이란 여자가 점점 더 난해해졌다. 온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 방문을 열자 차수현이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쪽지를 온은수에게 준 이후로 후회가 밀려왔다. 만에 하나 이 남자가 속이 좁아서 이 점만 물고 늘어지며 돈을 다시 가져가면 그녀는 어떡하란 말인가? 차수현은 괴로움에 푹 빠졌다. 요즘 일어난 일들이 너무 많고 몸도 지쳐 있어 머리가 잠시 잘못된 듯싶었다. 온은수는 분노와 괴로움이 뒤섞인 그녀의 표정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마른기침을 했다. 차수현은 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이 찔리듯 그를 힐긋 쳐다봤다. “저기 그게 말이에요, 은수 씨. 기분 상하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 단지 제가 정말 우리의 계약을 어기는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 불필요한 의심은 자제해달라는 뜻이었어요.” 온은수는 한참 침묵했다. 그녀가 사과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온은수는 비로소 알겠다며 짤막하게 대답했다.그는 차수현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책 한 권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차수현은 그의 속내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가 화를 낼 의향이 없는 걸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들고 밖에 나가 잠시 피해있으려 했다. 이때 온은수가 머리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차수현이 입은 옷이 살짝 낡았다는 걸 발견했다. 소매와 칼라 부분은 색까지 바랬다. 온은수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는 색이 바래질 때까지 한 옷만 입는 사람을 전혀 본 적이 없었다. “잠깐.”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차수현은 걸음을 멈추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이럴 줄 알았어. 날 쉽게 놓아줄 리가 없지.’ 차수현은 혼 날 준비를 했는데 온은수가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 온씨 집안에 당신이 입을 옷이 그렇게 없어?” 차수현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옷차림을 훑어봤다. 지금 입은 옷은 무려 몇 년이나 입고 다닌 옷이였다. 온씨 집안과 결혼했어도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돈 쓰는 걸 인색하며 달랑 명품 외투 하나만 해줬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놀림 당하지 않도록 보여 주 기식으로 사줬었다. 그 외엔 전부 그녀가 직접 챙겨온 옷들인데 온은수와 같은 재벌 집 도련님들이 보기엔 조금은 초라하게 보이는 듯싶었다. 차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이거요? 이거 제가 직접 챙겨온 거예요.” 온은수는 책을 꼭 쥐었다. “내가 준 카드로 가서 새 옷 몇 벌 사 입어. 꼭 마치 내가 널 푸대접 하는 것 같잖아.” 차수현은 이 옷이 비록 낡아도 아직 입을 수 있고 꽤 편하니 돈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온은수의 표정을 본 순간 차마 입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폭풍전야의 살벌한 기운을 느꼈으니까. 그녀는 말을 꾹 삼키고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방에서 나왔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생각이지? 날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있는 집 사람들은 돈으로 모욕하는 걸 즐기는 거야? 참 사치스럽고 무의미한 취미야.’ 그녀가 떠나고 온은수는 책을 내려놓았다. 그는 좀 전의 차수현의 표정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다. 정말 헌 옷들이 아무렇지 않다는 뜻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의 앞에서 초라한 척 연기하는 것인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했다. 생각에 잠겨있던 온은수는 문득 자신이 지금 이 여자한테 불필요할 정도로 시간낭비를 너무 많이 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이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은수는 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확인한 순간 살얼음 같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녹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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