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온은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책장을 펼치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는 여자에게 넋이 나간 자신을 생각하며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돈만 밝히는 여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를 해? 이렇게 하면 내 마음이 조금은 바뀔 줄 알고? 천만에, 무의미한 일이야.’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젖히고 곧 바로 샤워하러 욕실로 향했다.
차수현은 인기척을 듣더니 그제야 온은수가 깨어난 걸 알아챘다.
‘설마 내가 책상을 좀 빌려 썼다고 불쾌한 걸까?’
그녀는 더 생각할 새도 없이 서둘러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은수한테서 받은 돈으로 엄마의 병을 치료해야 했으니까.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온은수는 그녀가 물건을 싹 다 정리한 걸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나가서 밥 먹어.”
차수현은 그를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온회장은 풍성한 차려진 아침식탁 앞에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온은수와 차수현이 나란히 방에서 나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오는 걸 보더니 온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아, 어젯밤엔 잘 잤어? 은수가 널 괴롭히진 않았지?”
온은수는 그녀를 힐긋 째려봤다. 이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요. 푹 잘 잤어요.”
어젯밤 바닥에서 자느라 그녀는 허리가 쑤시고 온몸이 뻐근했다. 하지만 돈을 받았으니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
“다행이네. 앞으로 은수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 하거라. 너 대신 따끔하게 혼내줄게.”
차수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다들 무사히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온은수는 온회장과 상의할 일이 있다면서 서재로 들어갔다.
“아빠, 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걸 우리 가족 말곤 아무도 몰랐으면 해요.”
“왜? 너한테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게냐?”
“그게 아니라 왠지 이번 교통사고가 우연치고는 이상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동태를 잘 살피고 그들을 기다리다 보면 느슨해진 그들의 꼬리가 드러날 거예요.”
온은수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수년간 재벌가에서 지내다 보니 절대 단순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역주 행하여 들이받은 화물차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누군가 치밀한 계획을 짜고 그의 목숨을 노린 것이 틀림없었다.
온회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알겠다. 조사할 때 각별히 더 조심해라 알겠지.”
온은수는 알겠다며 대답을 마치고 서재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문을 열려던 순간 차수현이 불쑥 안에서 나오며 그와 부딪쳤다.
그녀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휘청거리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바닥에 주저앉으려 할 때 온은수가 재빨리 팔을 벌려 그녀를 부축했다.
순간 그는 의아해졌다. 머리보다 몸이 빨리 움직여졌으니, 고민도 없이 바로 그녀를 부축했으니 말이다.
평소라면 그는 결벽증이 심하여 그 어떤 여자도 절대 먼저 터치하지 않는다.
설마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어 전과 달라진 걸까?
그렇게 생각한 온은수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손을 뿌리쳤다.
“어디 가는데?”
차수현은 자신을 부축해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하려 했으나 언짢은 듯한 그의 눈빛을 본 순간 차마 입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 보러 가려고요.”
결혼준비를 하느라 그녀는 며칠 병원에 가보지 못했다. 엄마가 정말 차한명의 말대로 가장 좋은 병실로 옮겨졌는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온은수는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대답을 들은 후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찍 다녀와. 그리고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깨어났단 소식을 알려선 안 돼! 꼭 기억해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