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장
정라엘은 강기준을 바라보았다.
강기준은 냉담한 눈빛으로 정라엘을 바라보다가 정아름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만 돌아가자.”
강기준은 묵인했다.
그것도 정라엘 앞에서 말이다.
정아름은 행복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정라엘이 자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증오할 거로 생각했다. 정라엘은 아주 괴로울 것이다.
촌구석에서 자란 정라엘이 어떻게 감히 그녀의 상대가 되겠는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정라엘은 강기준의 팔짱을 끼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이내 등 뒤에서 정라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준 씨.”
정라엘이 강기준을 불렀다.
강기준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정아름은 웃었다.
“언니, 이혼까지 한 마당에 아직도 기준 씨를 잊지 못한 거야? 기준 씨를 붙잡으려고?”
정라엘은 가녀린 몸으로 복도에 꼿꼿이 서 있었다. 그녀는 정아름의 말을 무시하고 말간 눈으로 강기준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기준 씨, 난 기준 씨를 사랑했었어.”
강기준은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정라엘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걸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리고 그건 날 모욕할 이유가 되지 못해. 난 한때 정말 진심으로 기준 씨를 사랑했었어. 하지만 이젠 아니야. 난 이제 기준 씨 안 사랑해.”
정라엘은 더 이상 강기준을 사랑하지 않았다.
강기준은 흠칫했다.
정라엘은 긴 다리를 뻗으면서 천천히 두 사람에게 걸어가서 계속해 말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사인지 나도 알아. 우리는 이혼했고 따지고 보면 전남편, 전아내지. 헤어진 사이라면 길을 걷다가 마주쳐도 모른 척하고 지나가야 하는 게 예의야. 그러니까 기준 씨 여자 친구 관리 좀 잘해줘. 자꾸 내 앞에 나타나게 하지 말라고.”
“난 기준 씨 전처일 뿐이지 기준 씨 엄마가 아니야. 결혼을 하든 말든, 아이를 몇 명이나 낳든 나한테까지 얘기할 필요 없어. 관심 없으니까.”
정아름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녀는 정라엘의 앞에서 자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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