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장
정라엘은 정말로 강기준이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조금 전 정아름이 전화로 투정을 부리며 빨리 오라고 했었는데 강기준은 가지 않았다.
강기준은 정아름을 무척 아꼈다. 예전에 그녀가 약에 당했을 때도 정아름의 전화 한 통에 강기준은 바로 달려갔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아름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오늘 또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다.
강기준은 정라엘을 바라보았다.
“아까 무슨 생각 했어?”
조금 전 뒤에 서서 정라엘을 바라봤을 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강기준은 문득 몇 년 전 동굴에서 봤던 그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그 여자아이도 정라엘처럼 조용하고 고립되어 있었고 강기준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싶었다.
강기준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정라엘을 보며 그때 그 여자아이를 떠올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정라엘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강기준은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젖은 셔츠와 정장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정라엘이 몸을 돌리면서 잔에 있던 물이 쏟아진 탓이었다.
“옷이 젖었네.”
정라엘은 빠르게 티슈를 뽑아 물기를 닦아주었다.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흰색 셔츠가 젖어서 그의 몸에 달라붙어 그의 단단한 근육이 어렴풋이 보였다. 정라엘은 티슈를 든 채로 손이 아래로 내려갔고 그의 검은색 벨트를 지나 그의 젖은 바지를 닦았다.
“정라엘.”
강기준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정라엘은 닦는 것에만 집중한 채로 말했다.
“왜 그래?”
“일부러 그러는 거야?”
‘뭐?’
정라엘은 흠칫했다. 그의 바지 쪽의 선명한 윤곽을 본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정라엘은 뒤로 연신 뒷걸음질 쳤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강기준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
“옷이 젖어서 잠깐 샤워 좀 할게. 잠시 뒤에 내 비서가 옷을 가져다줄 거야. 나 대신 받아줘.”
말을 마친 뒤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
안에서 이내 물소리가 들려왔다. 강기준이 안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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