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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장 후계자

오후 내내 나는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마희연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서 말이다. 배성후는 확실히 수완이 대단했다. 유시은의 죄를 모두 지워버렸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관련 핫이슈를 찾을 수 없었다. 배씨 가문 아이의 어머니는 어떠한 흠집도 있어서는 안 되기 마련이었다. 배진욱이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나는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에 마희연의 얼굴이 또 떠올랐다. 그녀는 모든 일과 사람에게 그렇게 열정적이고 정의감이 강했다. 내가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압박하지 않고 스스로 조사를 했다. 이런 경찰은 정말 드물었다. “희주야, 이제 집에 갈까? 너 데리러 왔어.” 한층 낮은 목소리로 배진욱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자 아직 퇴근하지 않은 동료들이 마치 유령을 보듯 우리를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가 사무실로 나를 데리러 온 것은 처음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배진욱은 나에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항상 다른 여자들과 어울렸고 여자들이 배진욱을 데리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동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무시하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그러나 내가 가기 전에 유시은이 배진욱의 팔을 붙잡았다. “진욱 씨, 우리 집에 가요.” 본가에 살고 있어서인지 유시은은 나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느끼며 이 말을 할 때도 나를 도발하듯 바라보았다. 그런 뉘앙스에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렀다. 퇴근 시간이라 택시를 부르는 사람이 많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배진욱은 평소와는 다르게 유시은을 밀어냈다. “유시은, 자중해. 너는 네 집으로 돌아가. 나는 내 아내를 데리러 온 거야.” 그가 처음부터 유시은을 이렇게 대했다면 나는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위선적으로 보였다. 그때도 그는 나를 이렇게 밀어내고 유시은을 안아주었었다. 퇴근하려던 많은 동료들은 이제 문 앞에서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유시은은 곧바로 배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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