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4장 진욱 씨를 만난 게 가장 후회돼
배진욱의 차가운 눈빛에 나는 소름이 끼쳤다.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제가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는 걸 가장 잘 알잖아요. 할아버지도 그렇게 쉽게 상대할 만한 분이 아니잖아요. 그 몇몇 프로젝트의 돈이 다 빠져나갔는데 다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보다 배씨 가문에 대해 더 잘 알잖아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로아 씨.”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위협적인 느낌도 들었다.
그 몇몇 프로젝트에 사인한 사람은 나였다. 내가 사인한 것이 아니더라도 인장이 내 것이었기에 그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것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내가 평생 국내로 돌아가지 않는 한 분명히 조사받을 것이다.
나는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말 조사가 시작되면 한동안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배진욱이 작정하면 끝없는 소송에 얽매일 수도 있었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배진욱은 또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대로 있는 것도 괜찮아. 너도 민혁 씨가 완벽한 신분을 만들어줘서 꽤 잘살고 있잖아. 의사 선생님이 그러는데 잘만 관리하면 수명은 꽤 길다고 하셨어.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그냥 너는 로아일 수밖에 없는거야. 누가 물어도 너는 로아여야 해.”
배진욱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나는 이게 가식적인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로아가 아니라면 그도 끝장이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절대 내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만났을 때 나를 전혀 모르는 척 내가 강희주인 것을 부인한 것이다.
내가 신분을 공개하더라도 아마도 증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배진욱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쓸지도 몰랐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있던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진욱 씨는 세월이 지나도 계산이 밝네. 처음부터 내가 신분을 공개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공개해 버린다면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할 것이었다.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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