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장 날 좀 데려가 줘

유시은은 정말 불쌍해 보였다. 얼굴도 초췌한 데다 사람이 생기가 없었고 팔에는 여전히 피가 묻어 있었다. 나는 유시은이 어쩌다 다쳤는지 모르지만 이 가엾은 모습을 보니 배진욱이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나 두 사람에게 공간을 내주었다. 배진욱은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유시은에게 차갑게 말했다. “기사한테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할게.” “진욱 씨 싫어요. 진욱 씨가 날 데리고 가줘요. 무섭단 말이에요.” 유시은은 불쌍하게 배진욱의 품에 파고들었고 그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 예전에도 두 사람은 이런 식으로 자주 껴안은 것 같았다. 유시은은 눈물을 터뜨렸고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결국 배진욱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희주야 병원에 데려다주고 올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전에 날 봤던 여자 경찰이 고개를 내밀었다. “강희주 씨 정말... 감정 조절을 잘하시네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침착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도 몇 년 동안 겪으니 이젠 익숙해졌다. 아는 사람을 봤으니 나는 바로 그녀를 붙잡았다. “형사님 저는 이 일을 마정태 혼자서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건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어요.” 내가 생각하는 증거를 다시 한번 설명하자 여자 형사는 조금 난처해했다. “희주 씨 사실 이 사건은 이미 종결됐어요. 표면적인 증거가 완전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 몇 가지 검증만 하면 돼요. 마정태가 진술을 번복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큰 죄를 마정태 혼자서 뒤집어쓸 가능성도 크지 않아요. 그래도 다른 증거가 있다면 우리에게 제출해 주세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세상에 우연이라는 건 없고 많은 우연은 결국 인위적인 결과였다. 마정태를 만날 수 없으니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바로 문정우에게 찾아가서 신현 그룹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안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