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장 독박을 쓸 생각은 없어.

회의실로 들어서자 나는 입을 떼기가 난감해 났다. “장 대표님, 배 대표님은 오늘...” “설마 또 안 계신다고 할 거예요? 강 팀장님, 배진욱 대표의 성의가 안 보이네요. 그룹 사이의 계약이 애들 장난입니까?” 장기성은 배진욱의 부재를 확인하자 두 번이나 허탕을 뛴 사실에 화가 치밀려 뚜껑이 단단히 열린 상태였다. 아무리 말려도 더 이상 협력하지 않을 것이고 견고한 태도로 이번 계약을 접겠다고 했다. 나는 이 상황을 카톡으로 배진욱한테 알렸고 업무 단톡방에도 이번 사건의 시말을 편집해 보냈다. 내가 담당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최종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부분이 아니기에 당연히 독박을 쓸 생각도 없다. 배진욱은 답장을 주지도 않았고 하루 종일 회사로 돌아오지도 않았다. 디자인 팀의 팀원들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있는데 사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상사가 자리를 비운 상황이니 직원들이 아무리 불안해하고 초조해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몇억 정도의 비즈니스 계약 건은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튿날 일찍이 배진욱한테서 사무실로 올라오라는 연락이 왔다. “강희주,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어떻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놓칠 수가 있어? 네가 전부 책임져!” 나는 그가 던져온 문서를 의문스럽게 주어 보았다. 알고 보니 강성 그룹에서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문서였다. 강성 그룹에서 계약이 중단된 것은 재연그룹의 일방적인 책임이며 그에 상응하는 배상금도 부담해야 한다고 문서에 분명히 적혀 있었다. “당신도 이번 건이 얼마나 중요한 계약인지 알면서 왜 놓친 거야?” 유시은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희주 씨, 아무리 그래도 희주 씨는 재연 그룹 사람인데 어떻게 문정우를 도울 수가 있어요?” “애매한 관계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프로젝트까지 빼돌리면 어떡해요?” 나는 고개를 들어 똑같이 화난 두 사람의 표정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어제 잔뜩 화가 난 장기성은 그 자리에서 바로 문정우 쪽으로 찾아갔고 당일에 계약을 맺었다. 이제 재연 그룹은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