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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장 우수한 디자이너

사진들은 대부분 우리가 떠날 때 찍힌 것이었다. 각도가 매우 이상했는데 몇 장의 사진은 문정우가 나를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한 장은 우리가 키스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레노는 고개를 숙였고 손효정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상대방 대표는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사는 우리에게 이딴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겁니까? 로아 씨의 연애사를 말입니까?” 회의실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안소연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제니가 다른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조용히 나갔다. 나는 문서를 닫고 바로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열었다. “죄송합니다. 누군가 장난을 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괜찮습니다. 오늘 회의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상대방은 나에게 시간을 많이 주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즉시 설명을 시작해야 했다. 그렉의 사람들이 갑자기 찾아온 것은 기습 점검을 하기 위해서였고 협력 회사를 선택하려는 의도였다. 나는 소프트웨어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인해 우선 대략적인 디자인 이념과 디테일한 요구 사항을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지형과 주변 환경을 고려했는데요...” 수술을 받은 이후로 내 머리는 점점 더 맑아졌다. 이 디자인 프로젝트는 두 번밖에 복기하지 않았지만 지금 매우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직장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상대방의 디자인 요구 사항을 파악해 두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며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그때 그렉의 대표의 눈에 담긴 감탄을 보며 나는 이번 협력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주요 설명이 거의 끝나갈 때 제니가 다시 조용히 들어와서 USB를 나에게 건넸다. “로아 씨의 USB예요. 우선 사용하세요.” 나는 그녀를 약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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