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1장 쇼 그만해
나는 정신은 말짱했지만 눈을 뜨긴 싫었다. 소성진과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리자 눈을 뜨면 또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소성진은 내가 의식이 돌아왔음을 눈치채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저승사자도 받기 싫다는데 눈 좀 뜨고 공무원 면접에서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말하기나 해요. 그래야 환자도 희주 씨 덕분에 쉽게 통과하지 않겠어요?”
나는 그제야 느긋하게 눈을 뜨며 애교를 부렸다.
“형부.”
“형부라고 불러도 소용없어요. 나도 뭐 잔소리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요? 돈도 회사도 살아 있을 때나 귀한 거예요. 남들은 죽을까 봐 걱정하는데 희주 씨는 왜 그래요?”
나는 입을 삐쭉거리며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배진욱이 화를 돋우지만 않았어도 쓰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속으로 배진욱에게 온갖 저주를 퍼붓고 있는데 밖에서 배진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희주 씨 또 쓰러졌다면서요. 얼굴 보고 싶어서 왔는데 제발 들여보내 줘요.”
배진욱이 처량한 목소리로 울먹이자 소성진이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들었어요? 죽은 줄 알고 쇼하러 온 거 봤죠? 그러니 꼭 악착같이 버텨서 기분 잡치게 만들어요.”
소성진이 문을 열어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환자의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가족이 아닌 사람은 들어올 수 없습니다.”
“나 희주 씨 가족이에요. 남편이면 가족이잖아요.”
배진욱이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아, 미안해요. 전남편이긴 한데 한 번만 부탁해요. 얼굴 보고 싶어서 그래요.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너무 걱정돼서 얼굴 보지 않고는 안 되겠어요. 문제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바로 갈게요. 그러면 될까요?”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에 나는 배진욱이 다시 쇼한다는 걸 알아채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배진욱 씨, 쇼 그만하고 들어와.”
나는 소성진이 힐끔 째려보는 게 느껴져 목을 움츠렸다. 사실 나도 배진욱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계속 쇼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데다가 스턴국의 프로젝트도 확실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배진욱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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