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6장 희생양

나는 하루 종일 이전 디자인 프로젝트를 확인했다. 프로젝트의 메인은 내가 설계했지만 그 후로 챙기지 못했다. 당시 재연 그룹에 많은 프로젝트가 있었고 이런 일반 프로젝트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 팔로우했다. 당시 디자이너도 배진욱이 직접 뽑았기에 이치대로라면 문제가 없어야 한다. 자료를 찾아서 고채영에게 건네주며 비교하기만을 기다렸다. 고채영은 밤에 또 컴퓨터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강희주, 문제를 발견했어. 이 납품업체를 봐. 1, 2년 전부터 납품하고 있던 드림 팩토리가 그 유시은 씨 집과 연관된 그곳 아니야?” 깜짝 놀란 나는 바로 자료를 대조해 보았고 역시나 유시은이 입사 시점부터 이 회사가 자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 자재에 문제가 있다는 걸 배진욱이 몰랐다고?” “잘 모르겠어. 이 프로젝트는 나에게 온 적이 없어서.” 고채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네 손에 넘어갔네. 강희주, 누군가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니야?” 비록 이 프로젝트가 재연 그룹에게 큰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개인으로서는 디자인 부서 전체를 압도할 수 있었다. 수십억 원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면 그 배상금은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 “이제부터 이 프로젝트에 손대지 마. 배진수가 무엇을 물어보든 다 모른다고 해. 서명 하나하나 꼼꼼하게 해야 하는 거야. 전자 사인은 일단 지우고 쓰지 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순간 마음이 싱숭생숭했고 고채영도 나를 보더니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이 지나자 배진수는 더 이상 고채영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마희연은 두 경찰관과 함께 병실로 찾아왔다. “강희주 씨, 신고가 들어왔...” 마희연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옆에 있던 경찰관은 냉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전에 참여했던 우상 빌딩 프로젝트에 심각한 디자인 실수가 있어 지금 확인해야 하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마희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나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는 바로 눈을 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