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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장 배진욱을 보지 않는다면

“진욱아, 너, 너 그 말 진심이지?” 최지연의 태도가 드디어 누그러지며 눈가에는 기쁨의 빛이 서렸다. 그녀가 그토록 오랫동안 원한 것이 바로 나와 배진욱의 이혼이 아니었던가? 배진욱의 아내 자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왔을까. 아마 대학 때부터 쭉 그랬을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이 순간 배진욱은 몸이 축 처진 채 무기력한 눈으로 최지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만족해?” “뭐가 만족하고 말고야? 난 너와 아들을 위해서 그런 거잖아.” “그저 우리 아들이 떳떳한 명분을 가질 수 있길 바랐을 뿐이야.” 최지연은 약간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고 아까 그 미친 듯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 두 사람을 차가운 눈길로 지켜보며 정말이지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지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승리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희주야, 정말 미안해. 내가 임신했잖아. 너도 알다시피 임산부는 감정이 불안정해.” “너희가 이혼하는 건 안 됐지만 진욱이는 내가 신경 쓰이나 봐. 나도 그거면 충분해.” 이 한마디에는 최지연의 수많은 속셈이 담겨 있었다. 당장이라도 모두에게 자신이 마침내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자랑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될 운명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희주 누나...” 배성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따라오려 했지만 그때 최지연이 천천히 말했다. “배성훈, 이번에는 제대로 불렀네. 희주는 이제 더 이상 네 형수님은 아니니까.” “아직도 부족해?” 배진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최지연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나는 배진욱이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병실을 나섰다. 이 일은 이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다. 이혼하기 전까지는 최지연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시간을 질질 끌며 이혼하지 않을 테고 최지연은 배진욱의 아내가 되는 꿈을 포기해야 할 테니까. “희주 누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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