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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장 오명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더 이상 배진욱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해왔음에도 그와 최지연이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에 이제는 아이까지 생기고 심지어 함께 본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집에 돌아와서 나는 이불 속에 파묻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회사는 아직 공사 중이니 하루 정도는 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배성후의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강희주, 너 지금 어디야?” “집이에요.” 배성후가 이렇게 연락을 해오는 게 이상했다. 평소에는 나를 보기도 싫어하던 사람이 아닌가? 배진욱이 이미 가족들에게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최지연이 그렇게 배진욱의 아내로 인정받으려고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배성후의 목소리는 다소 차갑고 분노가 섞인 듯했다. “지금 당장 본가로 와. 회사에 문제가 생겼어.”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긴 거지? 어차피 그 프로젝트는 따내지 못했고 다른 일들은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본가에는 배성후 혼자만 있었고 그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너 어제 회사에 갔었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요?” “무슨 일로 갔지?” 배성후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설마 배진욱을 만나러 갔다가 그와 최지연이 함께 있는 걸 보고 질투가 나서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배성후의 표정에는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넘어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대산 그룹의 과장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배진욱에게 알려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최지연도 사무실에 있길래 그냥 돌아왔어요.” 나는 당당하게 그를 쳐다보았지만 배성후는 냉소를 터뜨렸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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